“우리는 쓰레기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라고요? «쓰레기»의 지은이 브라이언 틸은 우리가 정말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은이가 캐낸 사례들에서 쓰레기는 일회용 커피 잔과 컴퓨터 안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온갖 파일뿐 아니라 파묻힌 비디오게임, 땅속에서 느릿느릿 유출되고 있는 플루토늄, 나무에 걸린 비닐봉지, 다락방과 헛간과 거실에 쌓인 잡동사니, 우주를 떠다니는 위성의 잔해를 아우르게 됩니다. 지은이는 이 미지의 쓰레기들 사이를 산책자의 시선으로 거닐면서 생각과 문장을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이제 친숙했던(혹은 친숙하다고 상상했던) 오브젝트인 쓰레기는 낯설어지고, 쓰레기가 우리의 욕망,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과 문명, 점점 더 세계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우리 무능의 핵심 요소임이 생생히 드러나게 됩니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큰 어려움 없이 선택한 책입니다(시리즈의 다른 책인 <침묵>과 우리 마음속에서 약간 경합을 벌이긴 했지만요).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첫 부분의 울림이 워낙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우리가 매혹된 첫 부분 꼭 구경해 주세요 >ㅁ<). 막상 읽어 보니 소재들은 훨씬 더 독특했고(내장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한 새의 사체 사진, 인터넷 쓰레기, ‘우주 쓰레기’를 다룬 70년대 미드, 핵폐기물 보관에 관한 웃지 못할 인간의 무지 등등등), 사색은 훨씬훨씬 더 풍부했습니다.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을 근심하지만 마냥 비난하는 대신 우리가 쓰레기와 더불어 무슨 짓을 해왔으며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될지를 고민하며, 쓰레기에 매혹을 느낌을 고백하지만 무작정 미화하지 않고 스펙터클이 초래하는 위험을 성찰하는 책. 그리고 침착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 고민과 성찰을 풀어 나가는 책. 이런 페이지들이 책 구석구석 가득해요+_+
번역은 소설가 한유주 선생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번역할 여력이 없다고 하셨는데도 몇 차례 권유에 결국 우리 제안을 수락해 주신 너무나 좋은 분.. 흑흑.. 그리고 그 뒤… 촘촘하고 아름다운 만큼이나 까다로운 번역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습니다. 여전히 고생하고 계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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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브라이언 틸
현재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골든웨스트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문학 이론과 비판 이론 연구자로서 «자코뱅 매거진» 등에 기고했고, 희귀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저자의 글을 «디 애틀랜틱», «가디언»,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브젝트 레슨스’ 이전부터 사물의 이면을 철학적으로 해부하고 사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특히 ‘달갑지 않은’ 혹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물인 쓰레기에 보인 오랜 관심은 이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옮긴이 / 한유주
2003년 단편소설 ‹달로›로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독립출판사 울리포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장편소설 «불가능한 동화», 소설집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 등을 펴냈으며,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 앤 라모트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 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