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없는 시간: 나이 듦과 자기의 민족지»
마르크 오제 지음 | 정헌목 옮김 | 144쪽 | 12,000원
우리는 나이 듦이 자연스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전통과 위계를 중시하던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권위와 존경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른바 고령화와 진행되고 사회의 변화가 가속화된 오늘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낡고 뒤처졌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래서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노년의 삶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 프랑스의 원로 인류학자이자 ‘비장소’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마르크 오제의 «나이 없는 시간»은 이처럼 나이 든다는 사실의 의미를 사유하는 책이다. 원서가 출간된 2014년에 일흔아홉 살이었던 지은이는 켜켜이 쌓인 세월에서 체득한 성찰과 인류학자 특유의 관찰을 결합한다.
이 책의 제목이 역설하듯 나이 듦에 대한 성찰이란 자기의 민족지, 즉 자기에 대한 탐구에 다름 아니며, 이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나이 없는 시간’의 가능성을 사유하는 것이다. “사실 노년이란 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우리가 나이 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노쇠해 가는 와중에도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나이 듦과는 다르게 시간과 관계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성찰 과정에서 지은이는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넘나들며 나이 듦과 시간, 기억, 자아, 글쓰기, 향수 등의 관계를 사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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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고양이의 지혜
나이가 들수록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자서전과 자기의 민족지
클라스
인생의 시기들
제 나이로 보인다는 건
사물의 나이와 타인의 나이
나이로부터 자유롭게 나이가 든다는 건
향수
우리는 모두 젊은 채로 죽는다
옮긴이 후기: 비장소의 인류학자, 노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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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마르크 오제Marc Augé
1935년생. 프랑스의 인류학자. 1970년 이래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1985년부터 1995년까지 같은 기관의 원장을 역임했다. 초기에는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토고에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이데올로기와 사회 조직, 종교, 주술 등의 주제를 다룬 저작을 발표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기존에 진행했던 비서구 사회에 대한 연구를 넘어 동시대 서구 사회로 연구 대상을 확장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성을 논의한 『비장소』Non-lieux, 1992는 인류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 뒤에도 현대성과 타자, 전 지구화 등의 문제에 천착하며 ‘지금, 이곳’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를 지속해 왔다. 지금까지 40여 권에 이르는 저작을 발표했고, 그의 저작은 1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옮긴이 / 정헌목
도시 공간과 주거, 공동체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서울 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시화를 비롯한 현대 한국의 사회적 변동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 현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은 책으로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와 «마르크 오제, 비장소»가 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