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지 않은 것들» 표지 디자인 후기

190429 알고싶지않은것들 표지후기
«알고 싶지 않은 것들» 표지(커버)

이 책은 아주 시각적인 책이다. 데버라 리비가 젠더와 인종 문제로 뒤얽힌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는 자전적 에세이지만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야기의 흐름이 극적이고 시간과 장소, 분위기를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리비가 경력을 연극으로 시작했고 영화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원고를 읽으면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몇몇 있어 그 장면들을 시각화해 표지에 드러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장면들을 드러내지 않고 색감만으로 시각적인 강렬함을 주는 표지를 상상하기도 했다. 두 가지 방향을 오가며 시안 작업을 병행하다 옮긴이 선생님과 상의해 두 번째 방향으로 결정했다.

액자식으로 진행되는 내용 구성을 책의 겉모습에도 투여하고 싶어 책을 감싸는 커버를 추가하기로 했다. 감싼다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커버 용지는 최대한 얇은 용지를 사용하고 각진 책등 부분을 둥글게 감싸도록 커버에는 접지선을 넣지 않았다. 책에는 파랑이 아주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기도 해 짙은 푸른색을 커버 색상으로 정했다(내지의 본문도 푸른색으로 인쇄했다). 커버를 벗기면 푸른색과 대비되는 주홍색 속표지가 나오는데, 리비가 어렸을 적 잘 익은 오렌지를 발로 굴리고 굴린 뒤 즙을 빨아먹던 장면에서 착상을 얻은 색상이다. 짙은 푸른색을 커버 색상으로 정하면서 사실 조금 걱정이 앞섰는데, 다른 화려한 책들 사이에서 어두운 푸른색이 묻혀 버리진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반대로 주홍색을 커버 색상, 속표지를 푸른색으로 정하고픈 욕심이 일기도 했는데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이 책에는 그 반대가 더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었다.

면지는 산뜻한 노란색으로 정했다. 덕분에 책을 들어올려 책장을 펼칠 때까지 푸른색 커버 속에 담긴 주홍과 노랑이 슬쩍슬쩍 드러나는데 개인적으로 그걸 경험하는 게 너무 좋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과정들을 알아봐 주기라도 하듯 많은 독자들이 표지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해 주고 모 신문에서는 올해의 북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해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맨 아래에는 B컷(^^).

DSC_0398DSC_0389DSC_0393DSC_0399

B컷

190429 알고싶지않은것들 B컷(앞표지)190429 알고싶지않은것들 B컷(뒤표지).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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