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문화론»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후쿠시마 료타 지음 | 안지영 · 차은정 옮김 | 488쪽 | 27,000원

흔히 일본 정신의 핵심에는 세상을 덧없게 여기는 ‘무상관’이 있다고들 말한다. 사회 전체를 휩쓸 정도의 커다란 상실도 결국 무상한 것이고, 인간은 찰나와도 같은 사건들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다는 세계관이다. 무상관에 바탕을 둔 일본론은 오랫동안 일본에서도 일본 바깥에서도 특별히 의문에 부쳐지는 일 없이 수용되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세계관이 일본적인 것을 설명하는 유일한 원리로 여겨지는 경향을 반박하고자 한다. 일본 문화의 전통 속에는 사실 체념적 관조와는 정반대인 ‘부흥’의 원리가 생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흥 문화’를 규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유구한 일본 문화사의 전통을 면밀히 읽어 나간다. 7세기 «만엽집»을 필두로 하는 고중세 문학들이 영민한 젊은 비평가의 참신한 시선에 의해 ‘부흥 문화’를 싹틔운 묘판으로 되살려지고, 일본 근대 문학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이 가졌던 부흥 문학가로서의 면모가 생생히 드러난다. 만화‧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이끈 데즈카 오사무와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이 계보의 계승자이며, 이들 모두는 자기 시대의 상처를 직면하고 문화의 힘으로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시도한 부흥기의 천재들이었다.

이 책은 ‘일본’을 특권화하는 흔한 일본론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지난 부흥 문화의 맹점들을 분명히 짚고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의미를 길어 올리고자 힘을 쏟는다. 고도화된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난과 상실은 점점 더 일상화되어 간다. 한국 사회 역시 긴 역사 속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흔도 여전히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1400년 일본 부흥 문화의 계보에서 우리는 어떤 부흥과 쇄신의 자원을 발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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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이 책은 국가를 황폐화하는 전란과 재액 이후에 그것을 ‘무상관’이나 ‘체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으키는’ 데 일본 문화의 독창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의욕적인 논고다.
─ 2014년 산토리 학예상(사상/역사 부문) 선평

이 책은 «만엽집», «헤이케 이야기» 등 고전부터 미시마 유키오, 무라카미 하루키, 데즈카 오사무, 미야자키 하야오 등 일본 근현대 문학과 대중 문화의 산물에서 나타난 문화적 혁신에 주목하면서, 2011년 3・11 대진재 이후 일본 사회 최대의 키워드로 부상한 ‘부흥’을 중심으로 일본 문화사를 야심 차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일본을 이상화한 또 하나의 ‘일본 문화론’으로 일축하는 것은 부당하리라. 이 책의 숨은 의도는 일본 내셔널리즘의 정신사를 다시 쓰는 데 있기 때문이다.
─ 박규태 («일본 정신 분석» 지은이, «국화와 칼» 옮긴이)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영국만 아는 사람이 어떻게 영국을 알겠는가?”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 책의 지은이 후쿠시마 료타는 중국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본 바깥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관점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 관점을 통해 일본이 지난 1,400여 년간 전쟁과 재난을 겪으며 이룬 문화적 성취의 역사적 맥락을 조망한다. 그의 관점은 수많은 기존 일본 문화론과 뚜렷이 구분되며 힘 있는 통찰로 가득하다. 중국에 대한 이해를 얼마간 가진 한국 시민이 이 책을 읽으면 전근대와 근대의 일본 문화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경계에 태어난 연구자 요나하 준의 «중국화하는 일본»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 김시덕(«일본인 이야기»,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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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서장 역사의 웅덩이

1장 부흥기의 ‘천재’: 가키노모토노 히토마로와 그 외부
A 히토마로적인 것 / B 히토마로적인 것의 외부

2장 수도의 중력, 중력의 도시: 이야기의 존재 이유
A 수도의 중력 / B 중력의 도시

3장 멸망이 만들어 낸 문화: 중국의 경우
A 복고와 부흥 / B 유민 내셔널리즘

4장 가상 국가: 근세 사회의 초월성
A 가상 국가 / B 고스트 라이팅

5장 전후/진재 후: 일본 근대 문학의 내면과 미
A 전후=<나>의 문학 / B 진재 후=<우리>의 문학

6장 혼이 돌아갈 곳: 전후 서브컬처의 부흥 사상
A 자연의 말소(디즈니/데즈카 오사무) / B 자연의 회귀(미야자키 하야오)

종장 무상관을 넘어

후기
옮긴이 후기: 다시 쓰는 일본 문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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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후쿠시마 료타福嶋亮大
1981년 교토시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교에서 중국 근대 문학을 전공했고 2012년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릿쿄대학교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메일 매거진 «파상언론»에 마이조 오타로론을 발표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8년부터 잡지 «유리이카»에 연재한 <신화 사회학>을 바탕으로 2010년 첫 단독 저서인 «신화가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론»을 펴냈다. 2013년 출간한 역저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는 2013년 기노쿠니야서점 인문서 30선에 선정되고 2014년 36회 산토리학예상(사상·역사 부문)을 수상하며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이후 발표한 «성가신 유산: 일본 근대 문학과 연극적 상상력»(2016)으로 2017년 야마나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계속해서 «울트라맨과 전후 서브컬처의 풍경»(2018), «변경의 사상: 일본과 홍콩에서 생각하다»(2018, 장위민張彧暋과 공저), «백 년의 비평: 어떻게 근대를 상속할 것인가»(2019) 등을 펴내며 활발히 저술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2019년에는 문화 예술 활동에 공헌한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하는 와세다대학교 쓰보우치 쇼요 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고전부터 현대 서브컬처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선, 과감한 문제 설정과 논리 전개, 힘과 리듬을 겸비한 문체로 독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옮긴이 / 안지영
서울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문화일보» 신춘 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문학 평론가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문학에 나타난 허무주의와 창조의 상호 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현재 청주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천사의 허무주의»(2017)가 있다.

옮긴이 / 차은정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규슈대학교 한국연구센터 방문 연구원과 히토쓰바시대학교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식민지의 기억과 타자의 정치학»(2016)이 있으며, «지구화 시대의 문화 정체성»(조너선 프리드먼, 공역),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오카모토 유이치로),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도 콘), «부분적인 연결들»(메릴린 스트래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선임 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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