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

김공회 선생님이 쓰신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를 공유합니다. 현재 자주 벌어지고 있는 세금 관련 관련 논의와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우리는 세금을 골치 아프거나 귀찮은 일로 맞닥뜨리곤 하는데, 이 후기를 읽다 보면 세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음을, 그런데 사실상 우리는 제대로 된 세금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을 문득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내가 세금을 정말 모르는구나’와 ‘이 책 한번 읽어 봐야겠는데’를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글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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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세금의 ‘전성시대’다. 나라 안팎에서 요즘엔 세금을 빼놓고 정부 정책, 특히 경제 분야 정책을 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2007~2008년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모두들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 활동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 사람들은 진정으로 경기를 살리고자 한다면 정부는 세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 민간 주체들이 보다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버틴다. 어쨌든 세금이 문제다.

세금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나라에서도 각별하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선진국’으로 발돋움했기 때문이다. 지난 60년 동안 경제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사이에 경제와 사회 각 부문이 골고루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정부의 역할이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아직은 많이 모자라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게 국민부담률이라는 지표다. 국민부담률이란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한 세금과 각종 사회보장기여금의 크기를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정부는 이런 명목으로 걷은 돈을 이용해 각종 재정 활동을 하고 의료나 연금 등 사회보험 제도를 운용한다. 예컨대 현재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같은 나라들의 국민부담률은 45% 안팎에 이른다. 한 해에 생산되는 부가가치의 절반 가까이가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손을 거쳐 국민들 간에 재분배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굉장히 높은 수치라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OECD에 속한 나라들의 국민부담률을 단순 평균해도 35% 정도는 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6~27% 선이니 선진국 평균에 약 8~9%포인트 모자라는 셈이다. 그럼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가? 사실 꼭 그렇진 않다. 선진국에도 여러 유형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국민부담률이 우리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어떤 경로를 택할 것인가? 진지하고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며, 그런 논의가 제대로 되려면 먼저 세금이 뭔지를 좀 알아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세금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둘째 이유는 불평등이다. 불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교정해야 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제의 효율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불평등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어느 쪽에 서든 현재 우리나라의 불평등 수준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쪽은 좌파다. 이들은 정부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재분배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들 내부에도 상당한 입장 차가 존재한다. 선진국과 같은 복지 제도를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어떤 이들은 과감하게 세제 개혁을 단행해 지금보다 200조 원 정도를 더 걷어 매달 정액의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참고로 여기서 200조 원이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10%로서, 당장 이 액수를 세금으로 더 걷으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단숨에 OECD 평균 수준에 이르게 된다. 과연 갑자기 이렇게 많은 세금을 걷어도 될까? 이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혹시 경제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이들과 정반대의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은 오히려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주장은 (얼마나) 타당한가? 이런 질문들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논쟁들을 촉발시키고 있다. 그런 논쟁을 이해하고 나아가 거기서 일정한 ‘견해’를 가지려면 먼저 우리는 세금이 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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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과 관련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질문들을 다시 곱씹어 보자. 현재 우리나라 국민부담률 26%는 적절한가? 현재 10%인 부가가치세율을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의 심화를 멈추기 위해 소득세율을 80% 선까지 올리는 동시에 한 나라가 아닌 세계 차원에서 강한 누진성을 갖는 재산세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타당한가? 사실 이런 질문에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은 ‘견해’를 가질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우선 세금이 뭔지를 알아야 ‘견해’라는 것을 가질 것이 아닌가? 물론 그러한 지식 없이도 일정한 견해를 갖는 거야 얼마든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견해란 얼마나 취약하겠는가? 지금 독자들이 손에 쥐고 있는 책이 최적의 국민부담률이나 최적의 부가가치세 수준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여러분이 그런 문제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만들어 가는 데 유용한 지식을 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학교에서 차분히 세금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나만 해도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에서 세금에 대해 배워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당시 전공 과목 중에서 세금을 다루는 과목은 ‘재정학’ 정도가 사실상 유일했다. 재정학은 수강하지 않아도 졸업이 가능한 ‘선택’ 과목이었다. 대학원에 와서도 세금에 대해 연구하는 이를 거의 보지 못했다. 믿기 어려운가? 하지만 당시엔 그런 현실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대학 시절 내내 세금과 관련된 진지한 대화를 동료들과 나눠 본 기억도 거의 없다. 세금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무엇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금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개인에게 세금은 소득의 감소분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개인이 세금에 무관심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떼어 가는’ 돈, 내 월급 명세서에 적혀는 있지만 내 은행 계좌로 들어오지는 않는 돈,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을 때, 자동차나 주택을 구매할 때 영문도 모른 채 내야 하는 돈이 세금이다. 개인 입장에서 세금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더구나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세금은 늘거나 준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선 신용카드로 소비할 경우 소비액의 일부를 소득에서 공제해 소득세를 줄여 준다(소득공제). 이런 제도 아래서는 시금치 한 단이라도 카드 안 받는 길거리 좌판에서 사면 ‘합리적인’ 행동이 못 된다. 아낄 수 있는 세금을 내는 사람은 무능력자로 통하며 세금 아끼는 ‘능력’을 갖추려 사람들은 책을 찾기도 한다. 자, 지금 당장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서점에 접속해 검색창에 ‘세금’을 입력해 보라. 적게는 500권에서 많게는 800권 넘는 책이 검색될 것이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제 찬찬히 제목들을 살펴보라. 어떤가? 세금 아끼는 ‘비법’을 담았다고 주장하는 책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금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에겐 이런 책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최근 부쩍 자주 벌어지고 있는 세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들, 그러니까 현재 우리나라 조세 수준은 적절한가, 조세를 수단으로 삼아 불평등 같은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부가가치세를 높이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해로운가, 재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게 타당한가 등의 문제에 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통찰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분량은 적지만 지금 독자들이 들고 있는 이 책은 사람들이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아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세금이 갖는 의의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세금의 여러 면모를 적절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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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0년대 초반에 국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내가 세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다. 당시 나는 조세・재정, 거시경제・화폐 등을 포함한 경제 영역 전반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에 속한 한 국회의원실에서 정부 활동을 감시하고 법안을 만드는 일을 했다. 당연히 세금과 관련된 법이나 정책을 다루는 것도 업무의 중요한 일부였다. 문제는 당시 내겐 실무에서 요구되는 전문적인 세법 지식이 충분치 않았다는 거였다. 뿐만 아니라 세금(전체 조세 제도 및 개별 세목 모두)이 국민 경제 전체에서 갖는 의의도 나는 충분히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는 나 혼자만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모두들 ‘문제’는 느끼고 있었지만 마땅한 ‘해법’은 찾지 못하는 듯이 보였다. 그나마 나는 국회에서 일하기 전에 나름 전문적으로 경제학 연구를 했던 터라 국내외의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는 데 익숙한 편이었지만 국회의 모든 직원이 똑같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다. 이들도 이럴진대 보통 시민들은 어떻겠는가? 이때부터 나는 ‘평범한 시민이 한 사회에서 세금의 의미를 알고 싶을 때 쉽게 볼 만한 책이 참 드물구나’라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기 시작했다. 세금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논의들이 제자리만 맴도는 것도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는 않으리라.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중에 스티븐 스미스 교수의 «세금이란 무엇인가»Taxa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를 만났다. 이 책은 옥스퍼드대학출판부의 ‘아주 짤막한 소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지은이 스미스 교수는 조세경제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안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배합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세금에 관한 꽤 괜찮은 ‘시민 교양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번역을 결정했다. 지금 독자들이 들고 있는 것이 그 결과물이다.

원전 자체가 길지 않아 번역도 금방 마치리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몇몇 기본 용어의 경우엔 우리말 번역어조차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걸 발견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세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의가 얼마나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새삼 절감했다. 시시콜콜 밝히기 어려운 여러 개인적인 사정도 출간을 지체시킨 한 가지 이유였다. 그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봐 준 나의 벗 리시올 출판사에 각별히 감사드린다. 또한 이 책이 독자들의 손에 닿기까지 수고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

♧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______ 세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담은 책
1 국세청 세정홍보과, «2019 생활세금 시리즈», 국세청, 2019.
2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세제분석과, «2017 조세의 이해와 쟁점», 국회예산정책처, 2017.
3 김낙회, «세금의 모든 것», 21세기북스, 2019.
4 문점식, «역사 속 세금 이야기: 인권, 전쟁 그리고 세금», 세경사, 2018.
5 이준구・조명환, «재정학»(5판), 문우사, 2016.
우리 일상에 필요한 세금 상식이나 국내외의 관련 통계를 찾아보고 싶다면 1과 2를 보면 된다. 이 둘은 모두 인터넷에서 무료로 접근 가능하다. 3과 4는 알고 있으면 유익한 세금의 다양한 면모를 쉽게 풀어내고 있으며, 5는 대학에서 쓰이는 표준 교과서로 이 책의 내용을 보다 자세히 다룬다.

______ 세금과 관련된 여러 쟁점을 다루는 책
6 장제우, «장제우의 세금 수업», 사이드웨이, 2020.
7 박지웅・구재이・김재진, «세금, 알아야 바꾼다», 메디치미디어, 2018.
8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장경덕 옮김, 글항아리, 2014.
9 김공회 외,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피케티가 말하지 않았거나 말하지 못한 것들», 바다출판사, 2014.
10 시가 사쿠라, «조세 피난처: 달아나는 세금», 김효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8.
11 Institute for Fiscal Studies(IFS), «조세 설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옮김, 시그마프레스, 2015.
6과 7은 세금과 관련해 오늘 한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다양한 문제를 현실감 있고 명쾌하게 다룬다. 8은 20세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및 완화) 원인을 조세 제도의 변화에서 찾는 저작으로, 출간 즉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어 이후 관련 논의의 ‘준거점’ 역할을 해 왔다. 9는 보다 ‘급진적인’ 관점에서 8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으며, 10은 8의 논의를 보완하는 성격을 갖는다. 11은 이 책에서도 종종 인용된 저작으로, 2010년쯤을 기준으로 영국 조세 제도의 특징과 문제점을 검토하면서 향후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오늘 우리에게도 좋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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