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이토 세이코 지음 | 김효진 옮김 | 272쪽 | 15,000원
1988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문학만이 아니라 음악, 연극,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여 온 작가 이토 세이코의 베란다 원예 에세이.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간 『아사히 신문』에 매주 연재한 일기를 묶었다.
십수 년의 아마추어 원예 경력을 가진 그이지만 원예의 무대는 도쿄 변두리 맨션의 좁은 베란다를 벗어나지 않는다. 번듯한 정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란다이기에 더욱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식물의 세계가 있다.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공간인 베란다에서, 계절과 함께 반복되는 식물들의 성장과 죽음에 항상 새롭다는 듯이 울고 웃은 기록이 이 책이다.
원예에 숙달하는 길을 알려 주기보다는 우왕좌왕 실패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기록을 읽어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레 원예란 무엇인지, 왜 사람은 원예라는 행위에 그토록 이끌리는지를 묻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 역시 원예 생활의 당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쯤 불현듯 황홀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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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서문: 일기 계원 2년차
2004년 봄
여는 인사: 복음의 봄이 오다 | 루쿨리아: 벚꽃은 아래를 향해 핀다 | 서향나무: ‘특가품’은 내년용 | 등나무: 이사로 달랜 심사 | 칵테일장미: 무전지주의자의 전향 | 말리화: 두 가지 덧없음
2004년 여름
시험받는 계절 |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의 묘비 | 계수: 식목 시장에서 주인공이 되다 | 조건 좋은 베란다라는 잠꼬대 | 꺽다리: 금세 뿌리를 내리는 ‘꺽다리’ | 붓꽃과 달개비: 새들의 선물 | 스파르타 학원의 신입생 | 앤젤스트럼펫: 피지 않는 꽃과 용서할 수 없는 벌레 | 물만으로는 부족하다 | 나팔꽃: 열악한 도시의 여름 | 모과: 수확이라는 이름의 정체성 | 꽃은 피를 흘리지 않는 산 제물이다 | 표주박과 여주: 반려 동물에 가까운 식물 | 무화과: 행복의 투영 | 접시꽃: 하늘을 향해 자라지 않는 저주
2004년 가을
백리향: 들뜸 토기 | 월하미인: 하룻밤의 꽃 | 용감한 여행 | 여주 2: 여주의 대진격과 최후 | 수국: ‘헛수고’의 끝 | 칼랑코에: 세기의 대발명, 600엔 | 용담: 기적적인 관계 | 편지 감사합니다! | 구즈마니아: 화포는 난감해 | 베란더 노상파에게 사랑을 담아
2004년 겨울
산다화: 일진일퇴는 계속된다 | 석남화: 스승의 가르침 | 산다화 2: 가르침을 등진 벌 | 히야신스: ‘새해 건망증’의 극복 | 브로콜리: 세계의 고통과 브로콜리 | 1월에 피는 남자 | 나는 하나사카 할아버지가 아니다 | 모과 2: 어색한 재회 | 원예파 자기류 베란다여도 OK | 명자나무: 한 그루의 부정 | 명자나무 2: 시들었던 게……?
2005년 봄
삼색버들: 나를 격려해 준 빛 | 골든몽키: 이름 별난 화분의 등장 | 브로콜리 2: 불운한 수확 | 무스카리: 봄을 알리는 방문객 | 명자나무 3, 수국 2: 격세유전의 힘 | 살구: 이레 동안의 대작전 | 계수 2: ‘봉오리’에 안달하다 | 살구 2: 인공 수분의 기적 | 양하: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식물 | 잡초 천국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 | 라임: 한 해 거른 고백 | 붓꽃 2: 반중력의 오락 | 울창하다고 한 적 없는데요 | 공주수련: 식목 시장 보고, 그 첫 번째
2005년 여름
차: 베란다 차밭의 꿈 | 앤젤스트럼펫 2: 넘을 수 없는 벽 | 살구 3: 불가능한 결과 | 공주수련 2: 공존하지 않는 생명 | 나팔꽃 2: 신종인가 재래종인가 | 메꽃: 메꽃의 출현 | 월하미인 2, 바나나: 베란다의 아열대화 | 꽈리고추: 특별 상여 | 나팔꽃 3: 다시 “여러해살이, 씨 없음, 여러 송이의 큰 꽃” | 꽈리고추 2: 열광의 끝 | 비눗방울나무: 거저나 마찬가지 | 여름 막바지의 신원 미상자 | 사피니아: 지지 않는 꽃
2005년 가을
싸리: 풍류의 대가 | 박꽃: 바람을 맞고 피는 꽃 | 부용: 실감 안 나는 만개 | 수초: 저주의 사자, 수초 | 바나나 2: 바나나와 나의 영토 문제 | 박꽃 2: 부끄러워하는 박꽃 | 비눗방울나무 2: 애정의 역전 | 시든 나무에 물 주는 습관 | 올리브: 해충 육성 | 석남 2: 새로운 석남에 대해
2005년 겨울
등나무 2: 계절을 앞지르다 | 꽈리고추 3: 꽈리고추의 붉은 잎 | 수국 3: 식물형 알람 | 시클라멘: 사랑스러움을 거스르지 못하고 | 바나나 3, 꽈리고추 4: 위기에 저항하는 생명 | 민트: 모든 싹은 사랑스럽다 | 튤립: 올해는 구근이 아니라 | 수선화: 낯모를 이에게 문병 가다 | 복수초: 개화를 앞두고 | 겨울의 끝과 공명하다
2006년 봄
베란다 폭발 | 민트 2: 만반의 돌봄 태세 | 아이비: 최고의 작은 선물 | 엄격한 자연의 리듬 | 마치는 인사 그리고 안녕히
단행본 후기
그 후
문고판을 위한 후기
해설: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_야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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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토 세이코いとう せいこう
1961년 도쿄 출생. 와세다 대학 법학부 졸업 후 고단샤 편집자를 거쳐 문학, 음악, 연극, 텔레비전 등 다방면에서 활동해 왔다. 1988년 장편 소설 『노 라이프 킹』ノーライフキング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해 제2회 미시마유키오상과 제10회 노마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1990년대에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이다가 2000년대 들어 소설가로서 공백기를 가졌고, 2013년 『상상 라디오』想像ラジオ로 복귀하며 제35회 노마문예신인상과 제2회 시즈오카서점대상을 수상했다. 또 이 작품과 다음 해 발표한 단편 「코를 향한 협공」鼻に挟み撃ち으로 2년 연속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원예 잡지 『PLANTED』의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아마추어 원예가로서도 긴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9년 원예 일기를 엮은 첫 책 『보태니컬 라이프』ボタニカル・ライフ로 제15회 고단샤에세이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自己流園芸ベランダ派는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간의 원예 일기를 엮은 책으로, 『보태니컬 라이프』와 함께 NHK에서 『식물 남자 베란더』植物男子ベランダー, 2015~2016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옮긴이 / 김효진
출판 편집자・마케터로 일해 왔으며 일본어 번역자이기도 하다.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한 집에서 자랐으나 식물을 기르는 데 소질이 없다. 최근 옥탑에서 감자를 수확했으며 오사와 마사치의 『책의 힘』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