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
앤 보이어 지음 | 양미래 옮김 | 326쪽 | 18,000원
시인 앤 보이어는 2014년 마흔하나의 나이에 대단히 공격적인 ‘삼중 음성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언다잉»은 이 암이 유발하는 고통을 견딘 과정을 기록한 투병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기 자신의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인종주의의 비정한 폭력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시적 언어로 풀어헤쳐 온 작가인 그는 이 책에서도 세상의 잔혹함을 직시하며 고통의 사회적 근원을 되묻는다.
그렇게 «언다잉»은 물리적인 아픔, 몸과 마음 일부를 상실했다는 쓰라림, 혼자라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기록인 한편, 보이어의 증언과 고백은 이윤에 혈안이 된 미국 자본주의와, 천진하고 일상적인 온갖 차별과, 유방암으로 죽은 여자들에 대한 애도와, 고통을 매개로 연결되는 낯선 연대에 대한 소망과 뒤얽힌다.
유방암을 다룬 기념비적인 저작들의 목록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하고 있는 이 책은 한 매체로부터 “뛰어난 유방암 회고록들을 스펙트럼으로 분류할 때 수전 손택의 글이 가장 덜 개인적이고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의 글이 가장 개인적이라면, «언다잉»은 스펙트럼 전체를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질병과 미국 자본주의의 암 돌봄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 주는 품위 있고 잊지 못할 서사”라는 선정의 변과 함께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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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막을 올리며
인큐번트
파빌리온의 탄생
병상
신탁은 옳았는가
농간
줄리에타 마시나의 눈물 사원에서
허비한 삶
죽음의 중계
막을 내리며 / 그리고 나를 구해 준 것
감사의 말
참고 문헌
추천의 글: ‘아프다’는 것, 쓴다는 것 | 전희경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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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건강을 의무로 만드는 사회는 아픈 사람에게 삶의 중단을 판결한다. “니 몸만 생각해.” 그러나 이 책은 ‘내 몸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젠더와 계급을, 빈곤을, 인종 차별을, 의료와 돌봄을, 자본주의를 생각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병이 내 몸의 일부일 때, 병과 싸우는 것은 어느 지점에선가 자기 자신과 싸우는 비문非文이 된다. 이 책은 ‘투병’의 의미를 바꾼다. _추천의 글 | 전희경
언다잉은 질병과 건강, 예술과 과학, 언어와 문학, 필멸성과 죽음에 관한 우리의 담론들에 개입하는 경이롭고도 긴급한 시도다. ‘이데올로기적인 암 체제’라 이름 붙인 어떤 것을 해부하는 앤 보이어는 삶 자체의 경험을 심원하고도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_샐리 루니, 『노멀 피플』 지은이
감상주의를 철저히 배제한 채 암과 ‘발암권’을 설명하는 앤 보이어의 글에는 클리셰라곤 없다. 지극히 특수한 자신의 경험이 환원 불가능하게 사회적임을 입증함으로써 그는 함께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힌다. _벤 러너, 『토피카 스쿨』 지은이
강인하고 시의적절하며 우리를 동요시키는 책. 보이어는 시장이 주도하는 미국 암 돌봄의 잔혹함을 대담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질병과 고통에 관해 내가 이제껏 읽어 본 가장 예리하고 아름다운 글 중 하나를 써냈다. _하리 컨즈루, 『하얀 눈물들』 지은이
앤 보이어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목소리며 언다잉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책이다. 이 책은 자신이 아는 것을 우리에게 들려줄 언어를 찾으려는 어느 몸의 절박한 시도다. _조너선 레덤, 『고독의 요새』 지은이
유방암 인식의 상징으로 도처에 널린 핑크 리본은 오랫동안 논쟁과 조소의 대상이었지만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앤 보이어는 리본의 앙증맞은 고리 부분을 느슨하게 푸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핑크 리본을 파쇄기에 집어넣어 갈기갈기 자른 다음 그것들을 불태운다. _제니퍼 살라이,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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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앤 보이어Anne Boyer
1973년 미국 캔자스주 토피카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2008년 첫 시집 『행복한 노동자들의 로맨스』(The Romance of Happy Workers)를 펴냈다. 2015년에 에세이를 결합한 형식의 시집 『여성에 반하는 의복』(Garments Against Women)을 출간해 2016년 문학 잡지 및 출판사 협의회(CLMP)의 파이어크래커상, 2018년 와이팅 작가상 시 및 논픽션 부문, 2018년 현대 예술 재단(FCA)의 사이 트웜블리상 시 부문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우화와 에세이 등을 묶은 『어긋난 운명 안내서』(A Handbook of Disappointed Fate)를 출간했으며, 2019년에는 마흔하나에 진단받은 삼중 음성 유방암 투병 경험을 녹여 낸 『언다잉』을 발표해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캔자스시티 예술 학교 부교수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옮긴이 / 양미래
한국 외국어 대학교에서 정치 외교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영과에서 번역을 전공했다. 카밀라 샴지의 『홈 파이어』, 파리누쉬 사니이의 『목소리를 삼킨 아이』, 존 M. 렉터의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나는 왜 SF를 쓰는가』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