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 슬픔» 표지 디자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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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무 슬픔»(So Sad Today) 미국판/영국판 표지

하면 할수록 어렵다 디자인. 예전에는 나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는 데에 거리낄 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쩐지 쭈뼛거리게 된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대단한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너무나 많은데 내가 그런 사람들과 같은 직업명을 가져도 되는 것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SNS에만 들어가 봐도 특정 책의 표지 디자인을 혹평하거나 찬양하는 사람들이 널렸고, 또 현재 북디자이너들의 작업이 얼마나 구린지를 단 한 문장으로 평가해 버리는 이들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작업 하나하나를 거칠 때마다 부담과 불안만 커지고 그것들이 나를 못살게 군다. 이번 작업도 중간에 엉엉 울어버릴 만큼 힘이 들었는데, 그냥 이 정도가 내 한계인가 싶어 자포자기하듯 초연해졌다가도 갑자기 스스로에게 벌컥 화가 나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오늘 너무 슬픔» 표지 디자인 후기

‘여성-정병러’의 사적인 경험 말하기

맛보기 챕터에 이어 «오늘 너무 슬픔» 옮긴이 후기를 공개합니다. 본인 또한 트위터 유저로서, 자신의 불안과 슬픔을 바라보며 말하고 쓰는 사람으로서, 위안을 주는 농담과 웃음의 힘을 믿는 사람으로서, 옮긴이 김지현 선생님이 전하는 이야기를 읽어 주세요.

“내가 솔직해질수록 더욱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고 지은이 멀리사 브로더는 말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그렇게 타인에게 공감받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내밀하고 사적인 자기 이야기로 파고들었을 때 역설적으로 찾아지는 공감과 연대의  끈을 밝혀 줍니다. ‘여성-정병러’의 사적인 경험 말하기

온전하고도 깡마른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 너무 슬픔»은 멀리사 브로더라는 여성이 살면서 겪은 정신적 고통과 중독, 로맨스와 섹스를 진솔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기록한 책입니다. 그중에서 솔직함이 특히 빛나는 대목은 여성인 자신에게 부과된 제약들에 대한 모순된 태도를 털어놓는 부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을 거부하고 싶은 한편으로 누구보다 거기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고픈 욕구,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헤쳐 나가고 있고 나만 엉망진창인 것만 같은 불안 등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이가 우리 대부분의 머릿속 생각을 대신 말해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자신을 “심오하게 얄팍한 여자”라고 지칭하는 <온전하고도 깡마른 사람이 되고 싶어> 챕터 역시 그런 모순과 불만족스러움, 그럼에도 자신을 긍정하는 지은이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글이고, 이 글이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하며 해당 챕터를 맛보기로 공개합니다. 온전하고도 깡마른 사람이 되고 싶어

거울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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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바를 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고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작은 상가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 공사를 시작했다. 미용실을 거쳐 소줏집이 들어와 있던 자리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별로 없었기에 최소한의 돈으로 어떻게 잘 꾸며 볼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언제나 그렇듯 잘못된 생각이다. 미용실을 인수받아 소줏집을 운영하던 아주머니는 미용실 인테리어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서 장사를 했고, 그렇게 다섯 달 만에 망했다. 매끈하게 빛나는 빨간 벽면에 미용실 거울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소줏집에서 야채전을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게 이름도 제법 별로였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꽤나 별로인 이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틸트’Tilt라는 이름도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니겠지만. 거울 밖으로

부당 방위

들어가며

2017년 5월, 전 세계 23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킨 사상 최악의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울고 싶지?’)가 컴퓨터 사용자들을 가히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영국의 국민건강서비스, 러시아 내무부와 방위부, 페덱스, 독일 철도가 최대 피해 기관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인 사용자의 피해 사례도 속출했다. 한국에서도 CJ를 비롯한 기업들과 인터넷에 연결된 버스 정류장 컴퓨터들의 감염이 신고되었으며, 이에 청와대를 필두로 국정원,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총동원되어 ‘국가 사이버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대국민 행동 요령을 배포하는 등 국가 재난 수준의 대응이 전개되었다. 부당 방위

쓰레기와 나

유년기의 경우

쓰레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한 번에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대전의 작은 아파트 단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져오라고 했던 재활용품들, 중학교 일 학년 때까지 겨울마다 교실에 놓였던 난로, 타고 남은 재, 쓰레기 컨테이너 바로 옆의 조개탄 창고. 대략 유년기라 명명될 수 있을 시기와 결부된 쓰레기들에는 어딘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아직 쓰레기의 영향력이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때였다. 내가 살던 저층 아파트 단지에는 정문 하나와 후문 두 개가 있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튄 공을 쫓아 달려가다 보면 세상의 끝으로만 여겨졌던 후문 하나에 도달하고는 했다. 그곳에는 짐작컨대 세제 회사 협찬으로 세워졌을 표지판이 있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 군데군데 녹이 슬고 페인트 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표지판에는 ‘DO NOT WASTE WASTE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쓰레기와 나

호텔 에세이

마이클 커닝햄이 쓰고 정명진이 옮긴 소설 «세월»The Hours에서 한 여성이 호텔을 찾는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주부로서 집에 묶여 보내는 나날, 그 무게에 질식할 것 같은 그는 집 밖에서 찾은 이 임시적인 공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을 읽는다. “호텔로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도망 나온 것 같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데버라 리비의 소설 «핫 밀크»Hot Milk에서는 한 모녀가 모친의 고질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옮겨 간다. 이 고질병은 집안 병이자 모녀 병이기도 하다. 프로이트: 이 여자에게는 질병이 삶에서 스스로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1]
어떤 여자들은 불평하기 위해 호텔에 간다. 어떤 여자들은 치료를 위해 호텔에 간다.
병원으로 갈 것인가 호텔로 갈 것인가. 안을 찾아 밖으로 가야만 하는 이들. 내 방을 찾아 밖으로 가야 하는 이들. 호텔 에세이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1]
─ 브라이언 딜과의 인터뷰

2016년 2월 | 이언 멀리니
번역 플레이타임 편집부

Waste
1. 부주의하게, 사치스럽게, 아무 목적 없이 사용하거나 지출하다
2. 원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사물, 물질, 혹은 부산물
3. 무언가의 점진적인 상실 혹은 감소

브라이언 딜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영문학을 가르친다. 그의 첫 책 «쓰레기»는 우리 세계를 뒤덮고 있는 사물들을, 그리고 우리가 더는 신경 쓰지 않는 이 사물들에 일어나고 있는 일─물리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을 포괄적이면서도 아주 개인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우리 바깥의 쇠락해 가는 세계와 우리가 맺는 관계의 곤혹스러움”을 검토하는 시의적절하면서도 통찰력 가득한 이 책은 버려진 대상들,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생각들, 현대의 삶이 배출하는 일상 속 잔해들을 대면하자고 요청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조애나 월시와 섹스 쓰기, 프로이트, 그리고 막스 (브러더스)에 관해 이야기하다

조애나 월시와 섹스 쓰기, 프로이트,
그리고 막스 (브러더스)에 관해 이야기하다 [1]
─ 작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Readwomen 설립자와의 대화

2015년 10월 15일 | 토바이어스 캐럴
번역 이예원

영국 작가 조애나 월시의 글은 독자를 예기치 못한 방향들로 이끈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 덕에 미국 독자도 이제 그의 광범위한 문학 작업을 엿볼 수 있게 됐다. 블룸스버리 출판사의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된 «호텔»은 지극히 사적인 글과 추상적이고 지적인 글을 오가며 제목에 제시된 호텔이라는 공간을 살핀다. 작가 본인 삶의 한 시기를 바라보면서 시작하는 글은 범주를 넓혀 가며 문화에 관한 사색으로 옮겨 가고, 그 내내 독자가 작가의 존재를, 글에 언급된 공간을 실제로 차지하고 있는 몸을 지각하도록 만든다 . “[이]러한 예외의 시간 안에서 나는 곧 떠날 결혼 생활의 언저리를 유령처럼 맴돌았다”고 첫 페이지에서 작가는 쓴다.

조애나 월시와 섹스 쓰기, 프로이트, 그리고 막스 (브러더스)에 관해 이야기하다

그랜드호텔‘어느 도시에고 그랜드 호텔은 있기 마련이죠.’ 라이어널 배리모어가 에드먼드 굴딩 감독의 1932년 작에서 이리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을 뒷받침하듯 이 영화의 제목 또한 <그랜드 호텔>이었다. 굴딩의 영화가 상영되던 시절만 해도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건립한 호텔을 세련미의 절정으로 여겼고, 새로 지은 건물에는 새로이 고안해 낸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대 세론이기도 했다. 고로 스타우드(1930년 건립), 노보텔(1965년), 아코르(1967년). 근래 들어서는 용도 변경이 이러한 신조어의 발명을 대체했다.

 

Playtime

<플레이타임>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1967년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타티가 모든 것을 걸고 세상에 내놓은 이 영화는 미래적이면서도 향수를 자극하고 현실의 냉정함을 묘사하면서도 따뜻함을 포기하지 않는 드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마음을 울리는 이 영화를 닮고 싶다고 생각하며 플레이타임 출판사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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