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적 유토피아들

지난번 스피박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2018년에 니키타 다완의 사회로 스피박과 앤절라 데이비스가 나눈 대담을 공유합니다. 베를린에서 열린 어느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는 토론의 일부로, «래디컬 필로소피» 2.05호(2019년 가을)에 <행성적 유토피아들>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어요. «래디컬 필로소피»의 허락을 받아 번역문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두 사람의 강연 및 대담 전체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희를 비롯해 데이비스와 스피박의 만남이 뜻밖이라고 느낄 독자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만큼 이 대담은 두 사람의 동지애를 확인시켜 주는 한편 그들 사이에 난 좁힐 수 없는 거리도 극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데이비스가 미국의 상황을 중심으로 (특히 인종 문제를 둘러싼) 사회 운동과 정당 정치의 현실 및 새로운 가능성을 논한다면 스피박은 글로벌 남부 혹은 트리컨티넨트의 견지에서 데이비스의 논의에 집요하게 개입하고 있어요.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대담이라 흥미진진하면서도 주목을 요하는 내용이 정말 많아요. 스피박과 데이비스뿐 아니라 오늘날 정치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이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행성적 유토피아들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될 여유가 없다

오늘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부록으로 수록한 마크 피셔와 조디 딘의 대담을 공개합니다. 2009년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출간된 후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낀 일군의 연구자가 모여 «자본주의 리얼리즘 읽기»라는 편집서를 출간했고, 이 대담을 그 책의 첫 챕터로 수록했습니다.

마크 피셔의 대담 상대자로 나선 조디 딘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좌파 정치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딘은 자본주의가 우리의 주체성을 잠식한 결과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마저도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유효한 적대를 구축할 정치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그리고 이 대담에서 두 사람은 특히 이런 정치적 주체의 등장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글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일부 내용을 확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담이라는 형식 덕분에 한층 심도 깊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리얼리즘»도 그렇듯 이 대담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현실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논의를 들여다보는 데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될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