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서발턴에 관한 글을 썼다는 것과(이렇게 말하지만 서발턴에 대해선 내가 또 뭘 알겠나..) 아주 박식한 사람들마저 진저리를 칠 만큼 어려워한다는 것 정도? 그렇지만 그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았다. 사진에서 풍기는 카리스마로도 예감할 수 있듯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도. 그래서 벵골 출신의 이 노장 여성 학자의 책을 우리가 출간하기로 결정했을 때, 근거 없는 자부심이 나를 감쌌다. 스피박이라니! 하지만 스피박을 오랫동안 좋아한 옮긴이 선생님이 번역 원고를 보내시고 그와 함께 스피박을 오랫동안 흠모한 편집자가 1교, 2교를 거치며 교정지에 얼굴을 파묻고는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머리칼을 쥐어뜯는 걸 지켜보면서, 자부심과는 비교도 안 되는 불안이 나를 휩쌌다.
… «읽기» 디자인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