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디자인 후기

나도 몇 종류의 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이 어울리게 된 건(식물이 죽어가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하지만 죽어가고 있는 식물도 있다……) 최근 몇 년의 짧은 기간뿐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15년 전쯤부터 간간이 식물을 구입해 온 것 같다. 봄이 되면 대개 꽃집 앞 인도에 넘쳐흐르듯 꽃 화분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광경을 보면 늘 주변에서 발길이 멈췄고, 주머니를 뒤적이면 나오는 이삼천 원으로 뿌리까지 달린 꽃이나 좋아하는 모양의 이파리를 가진 관엽 식물을 살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뽐내던 식물들은 언제나 우리 집에만 데려오면 곧장 안색이 어두워지며 죽고 말았다. 꽃집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듬뿍 줬더니 시들었고 해가 잘 드는 창가에 뒀더니 흙에서 웬 버섯이 올라왔다. 죽으면 버렸고 이듬해 예쁜 화분이 보이면 또 샀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디자인 후기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

야규 신고(원예가)

저는 어린 시절에 식물과 만나고 원예에 뜻을 품어 지금은 야쓰타케 구락부라는 곳에서 매일 식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래 함께 지내며 알게 된 것은 식물이란 꽃을 피울 때만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싹 틀 때도 좋고 꽃이 진 다음도 좋습니다. 벌레가 잎사귀를 갉아먹어도, 그러다 급기야 시들어도 그렇습니다. 결코 화사할 때의 볼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마음이 덜컥 움직이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그 매력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원예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이어 가던 중에 원예에 두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꽃을 ‘잘 키우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원예 책의 99%가 그런 내용을 다루는 이른바 ‘하우 투’How to 책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접근법이 있는데 그것이 제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그것은 식물과 더불어 일희일비하는 것입니다. “앗, 시들었잖아!”라거나 “늘어났다!”라거나 “말라죽었어!”같이, 또한 “벌레다!”나 “열매가 열렸어!”같이 말이죠. 식물과 함께 우왕좌왕하고 싶습니다. 딱히 멋은 없지만 비길 데 없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미디어를 활용해 그런 우왕좌왕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