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경우
쓰레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한 번에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대전의 작은 아파트 단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져오라고 했던 재활용품들, 중학교 일 학년 때까지 겨울마다 교실에 놓였던 난로, 타고 남은 재, 쓰레기 컨테이너 바로 옆의 조개탄 창고. 대략 유년기라 명명될 수 있을 시기와 결부된 쓰레기들에는 어딘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아직 쓰레기의 영향력이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때였다. 내가 살던 저층 아파트 단지에는 정문 하나와 후문 두 개가 있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튄 공을 쫓아 달려가다 보면 세상의 끝으로만 여겨졌던 후문 하나에 도달하고는 했다. 그곳에는 짐작컨대 세제 회사 협찬으로 세워졌을 표지판이 있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 군데군데 녹이 슬고 페인트 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표지판에는 ‘DO NOT WASTE WASTE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 쓰레기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