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나

유년기의 경우

쓰레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한 번에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대전의 작은 아파트 단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져오라고 했던 재활용품들, 중학교 일 학년 때까지 겨울마다 교실에 놓였던 난로, 타고 남은 재, 쓰레기 컨테이너 바로 옆의 조개탄 창고. 대략 유년기라 명명될 수 있을 시기와 결부된 쓰레기들에는 어딘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아직 쓰레기의 영향력이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때였다. 내가 살던 저층 아파트 단지에는 정문 하나와 후문 두 개가 있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튄 공을 쫓아 달려가다 보면 세상의 끝으로만 여겨졌던 후문 하나에 도달하고는 했다. 그곳에는 짐작컨대 세제 회사 협찬으로 세워졌을 표지판이 있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 군데군데 녹이 슬고 페인트 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표지판에는 ‘DO NOT WASTE WASTE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쓰레기와 나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1]
─ 브라이언 딜과의 인터뷰

2016년 2월 | 이언 멀리니
번역 플레이타임 편집부

Waste
1. 부주의하게, 사치스럽게, 아무 목적 없이 사용하거나 지출하다
2. 원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사물, 물질, 혹은 부산물
3. 무언가의 점진적인 상실 혹은 감소

브라이언 딜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영문학을 가르친다. 그의 첫 책 «쓰레기»는 우리 세계를 뒤덮고 있는 사물들을, 그리고 우리가 더는 신경 쓰지 않는 이 사물들에 일어나고 있는 일─물리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을 포괄적이면서도 아주 개인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우리 바깥의 쇠락해 가는 세계와 우리가 맺는 관계의 곤혹스러움”을 검토하는 시의적절하면서도 통찰력 가득한 이 책은 버려진 대상들,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생각들, 현대의 삶이 배출하는 일상 속 잔해들을 대면하자고 요청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Object Lessons 2 _ «쓰레기»

“우리는 쓰레기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라고요? «쓰레기»의 지은이 브라이언 틸은 우리가 정말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은이가 캐낸 사례들에서 쓰레기는 일회용 커피 잔과 컴퓨터 안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온갖 파일뿐 아니라 파묻힌 비디오게임, 땅속에서 느릿느릿 유출되고 있는 플루토늄, 나무에 걸린 비닐봉지, 다락방과 헛간과 거실에 쌓인 잡동사니, 우주를 떠다니는 위성의 잔해를 아우르게 됩니다. 지은이는 이 미지의 쓰레기들 사이를 산책자의 시선으로 거닐면서 생각과 문장을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이제 친숙했던(혹은 친숙하다고 상상했던) 오브젝트인 쓰레기는 낯설어지고, 쓰레기가 우리의 욕망,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과 문명, 점점 더 세계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우리 무능의 핵심 요소임이 생생히 드러나게 됩니다.

Object Lessons 2 _ «쓰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