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의 철학» 들어가며, 옮긴이 후기

들어가며

이 책은 철학서다. 나는 비평가지만 철학을 한다. 1993년 출간된 내 첫 글은 소련의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을 다룬 평론이었다. 그 이래 사반세기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사고했다. 특히 인터넷, 테러 그리고 증오로 뒤덮인 21세기 세계에 진정 필요한 철학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왔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 내가 내린 결론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사반세기 동안의 내 작업은 철학 및 사회 분석부터 서브컬처 평론 및 소설 집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러다 보니 수용되는 방식도 다양했고, 무의미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것도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 작업을 연결시키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을 «존재론적, 우편적»의 속편으로도,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속편으로도, «일반 의지 2.0»의 속편으로도, 그리고 «약한 연결»의 속편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퀀텀 패밀리즈»의 속편으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 ‘비평’ 스타일을 아무런 거북함 없이 순수하게 긍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비평가라는 사실에 부채감을 안고 있었다. 비평 따위를 써 봤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망설임이 사라졌다. 이 책의 집필을 마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글쓰기의 자유를 실감하고 있다.

«관광객의 철학» 들어가며, 옮긴이 후기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

김공회 선생님이 쓰신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를 공유합니다. 현재 자주 벌어지고 있는 세금 관련 관련 논의와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우리는 세금을 골치 아프거나 귀찮은 일로 맞닥뜨리곤 하는데, 이 후기를 읽다 보면 세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음을, 그런데 사실상 우리는 제대로 된 세금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을 문득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내가 세금을 정말 모르는구나’와 ‘이 책 한번 읽어 봐야겠는데’를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글이라 생각해요.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

비장소의 인류학자, 노년을 말하다

«나이 없는 시간» 옮긴이 후기
비장소의 인류학자, 노년을 말하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2013년 첫 방송 이래 지난 2018년까지도 시즌을 이어 가며 방송 중인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다. 평균 연령이 70대인 ‘할배’들의 해외 배낭여행이라는 독특한 포맷과 더불어, 인생의 정점을 한참 지난 노년의 배우들이 보여 준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로 많은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이를테면 첫 여행지였던 프랑스에서 배우 신구는 혼자 유럽을 여행 중인 젊은 학생을 만나 “존경스럽습니다”라는 인사로 진심을 전했고, 팔순을 훌쩍 넘긴 배우 이순재는 방문하는 여행지마다 학구열을 불태우며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행지의 문화와 사람을 존중하고 여행 도중 만난 젊은이를 친근하게 반기는 이들의 모습에 동년배인 노년층뿐 아니라 젊은 시청자 역시 호평을 보냈다. 이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좋은 반응에는, 젊은 세대와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로까지 여겨지기에 이른 최근 한국 사회의 일부 노인과 상반되는 면모를 텔레비전 속 등장인물들이 보여 주었다는 사실도 한몫했을 것이다. 많은 면에서 이들의 행동은 우리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이 든 꼰대’가 아닌,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긍정적으로 본 건, 시간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을 거스르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나이에 순응하며 여행지에서 보고 듣는 것들을 통해 자신의 지나간 인생을 반추하는 그들의 태도였을 것이다. 비장소의 인류학자, 노년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