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크 피셔가 이론에 관해 쓴 짧은 글을 번역해 올립니다. 이 글은 영국의 예술 저널 «프리즈»Frieze 125호(2009년 9월)에 게재되었고, 피셔의 선집 «K-PUNK» 725~727쪽에 재수록되었습니다. 이 글에서 피셔는 자명한 것에서만 근거를 찾으려 하는 경험주의 경향을 비판하면서, 2009년 니콜라 부리요가 기획한 ‘얼터모던’ 전시를 둘러싼 논란 등에도 개입하고 있습니다. 자본은 현실을 추상적인 가치관계로 구조화합니다. 금융 위기의 결과는 고통스런 개인의 경험으로 나타나지만, 금융 위기 자체는 추상적인 관계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셔가 비판하는 경험주의자들은 눈에 드러나 있는 경험적 현실만을 강조하며 이론적 추상을 경시하곤 합니다. 피셔는 증거와 사실 등을 강조하는 이런 태도가 오히려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효과며, ‘현실 추상’을 드러내고 상대하려면 이론적 추상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