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학살 전쟁 넉 달 후

질베르 아슈카르가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 일간지 «알-쿠드스 알-아라비»에 기고한 2월 6일 칼럼을 번역해 블로그에 올립니다. 이 글에서 아슈카르는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이 시작된 지 넉 달이 경과한 시점에 팔레스타인이 그동안 얼마나 파괴되었는지를 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끔찍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에 더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범죄인 도미사이드(‘주거지 말살’)도 포함됩니다. 이어 그는 남부로 강제 추방당한 200만 명의 주민이 얼마나 불안정한 처지인지 언급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양 정부들이 운위하는 ‘해법’들의 공허함과 위선을 지적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아주 짧지만 왜 이번 전쟁이 학살로 불리는지, 1차 나크바를 능가하는 2차 나크바로 여겨지는지 여실히 드러내는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 이후로도 한 달 이상이 지났고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 항의가 절실합니다.

원문 링크: https://gilbert-achcar.net/gaza-after-4-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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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학살 전쟁 넉 달 후

질베르 아슈카르 / 2024년 2월 6일
리시올 편집부 옮김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 이어 시온주의의 학살 전쟁이 시작된 지 넉 달이 경과했다. 현재 상황은 재난의 강도와 공포라는 면에서 1948년의 나크바를 능가한다. 1월 29일 자 «뉴욕 타임스»에는 주목할 만한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유엔 주거권 특별 보고관이 제시한 사실을 언급한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투하한 폭발물의 양은 1945년에 미국이 히로시마에 두 차례 떨어뜨린 원자 폭탄에 맞먹는다.

이런 대규모 폭격은 현재까지 가자 지구 전체의 건물 약 70퍼센트를, 북부만 따지면 85퍼센트를 파괴했다. 그 결과 70,000채의 주택이 완전히, 290,000채의 주택은 일부가 파괴되었다. 여기에 물과 전기, 병원을 포함한 보건 체계, 나아가 교육망(초중고교와 대학교), 문화 및 종교 유적지, 역사적 건물 같은 공공 기반 시설까지 파괴된 현실을 감안하면 팔레스타인 가자의 거의 모든 것이 제거되었다고 할 만하다. 이는 1948년 시온주의 국가가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 팔레스타인 땅 78퍼센트를 점령하고 도시와 마을 400여 곳을 파괴해 팔레스타인인의 삶의 흔적 대부분을 제거했던 것과 유사하다.

유엔 보고관은 반인도적 범죄 목록에 새로운 범죄를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이 범죄에 ‘도미사이드’domicide[거주지 말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번 세기에 저질러진 범죄 중 이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로 그가 언급한 것은 다음과 같다. 세기 전환기에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 군대가 완전히 파괴한 체첸 공화국의 그로즈니, 이란 및 아사드 체제와 합동으로 러시아군이 2016년 파괴한 시리아의 알레포, 2022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몇 달간 러시아군이 파괴한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 이라크의 팔루자, 그리고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라카도 이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팔루자는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이듬해인 2004년에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모술과 라카는 ISIS와의 전쟁 기간이었던 2017년에 미군과 그 동맹들에 파괴되었다.

그렇지만 가자의 ‘도미사이드’는 이 모든 사례와 구분된다. 한 도시만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포함하는 지역 전체―위에서 언급한 어느 도시보다도 훨씬 넓은―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자의 ‘도미사이드’는 주민에 대한 집단 학살과 나란히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주민이 살해되었다. 가자 보건부에서 제공한 수치에 따르면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그 수는 27,000여 명이다. 총인구의 1퍼센트 이상이 살해당한 것이다. 이 수치에는 공격이 초래하고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한한 이스라엘의 조치가 더욱 악화시킨 재앙에 가까운 보건 상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제외되어 있다. 현재의 보건 상황은 부상당한 70,0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 다수를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나 치명적인 결과에 취약하게 만든다. 자연적인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은 생존에 필요한 치료나 의약품을 더는 제공받을 수 없으며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 모든 것에 더해 2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즉 가자 지구 주민의 85퍼센트가 [최남부의] 라파시나 이집트 국경에 인접한 여타 지역으로 쫓겨났다. 공격이 갑자기 오늘 중단되어 강제로 이주당한 이들이 가자 지구에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더라도, 이들 대부분의 고향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대피처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시온주의 군대는 라파 침공을 통해 가자 지구 점령을 완수하고자 준비 중이다. 그러므로 2007년에 하마스가 통치권을 확보한 뒤 우위를 점한 기관 중 남아 있는 것들로부터 가자 주민을 떼어 내어 자신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남부의 또 다른 지역으로 강제 대피시키더라도 강제 이주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실로 강도와 공포 면에서 1948년의 나크바를 능가하는 대재앙이다. 이 새로운 나크바가 중동 지역의 역사에, 나아가 세계사에 미칠 정치적 파장은 앞선 나크바에 뒤지지 않을 것이며 미래가 분명 이를 입증할 것이다. 이 몸서리쳐지는 장면을 앞에 두고 미국 행정부와 여타 정부들은 이 새로운 나크바가 초래할 [자신에게 부정적인] 결과들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이 장황하게 떠들면서, 아니 차라리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두고 어불성설로 제시하는 방안은 서안 지구의 A 구역[1]에 상응하는 지위를 가자 지구에 적용하는 것이다. 서안 지구의 대부분 지역(B 구역과 C 구역)의 점령군을 유지하고 A 구역에서는 내키는 대로 군사 개입을 하는 동시에 [가자 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감독 아래에 다시 두는―자치 정부 자체는 직접적으로 이스라엘의 통제 아래 있는 두고―식이다. 사실상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프리카 반투스탄들보다도 주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런 잔존물을 ‘국가’로 부르는 것은 시온주의의 학살 전쟁을 고무하고 군사적으로 가능케 한 워싱턴과 대다수 유럽 국가의 책임―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었다면 이스라엘이 위에서 설명한 저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임이 분명하므로―을 덮으려는 딱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


[1] 〔옮긴이〕 오슬로 협정에 따라 서안 지구는 A, B, C 구역으로 나뉘어 A(18퍼센트)는 자치 정부가, B(22퍼센트)는 자치 정부와 군사 정부가 공동으로, C(61퍼센트)는 군사 정부를 통해 이스라엘 점령 당국이 직접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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