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후기

전희경 선생님의 <추천의 글>에 이어 오늘은 옮긴이 양미래 선생님의 «언다잉» <후기>를 공유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앤 보이어는 «언다잉»이 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편집자의 제안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적 충동으로 가득한 그의 산문은 독자를 종종 낯선 곳으로 데려갈 거예요. 번역된 글로 읽는 우리는 길을 잃을 위험이 한층 더 크고요.

하지만 «언다잉»은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장담합니다). 그리고 이건 전적으로 옮긴이 양미래 선생님의 끈기와 노력 덕분이에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책을 펼쳐 드는 순간 바로 실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만큼 <옮긴이 후기>도 «언다잉»의 의의를 정확하고 풍부하게 전하고 있어요. “소음의 장벽을 세우는 이 세상의 시스템을 향해 고통의 근원을 되묻는” 이 책에서 형식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드러내고, “고통을 통한 혁명”을 제안하고 촉구하는 보이어의 급진적 면모를 밝혀 주는 글이에요.

양미래 선생님의 <옮긴이 후기>는 «언다잉»이라는 ‘눈물 사원’에 들어서는 데 요긴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글입니다. 그러니 이 글 꼭 읽어 봐 주세요.

옮긴이 후기

‘아프다’는 것, 쓴다는 것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연구활동가 전희경 선생님의 «언다잉» 추천의 글인 <‘아프다’는 것, 쓴다는 것>을 공유합니다. ‘아픈 사람의, 돌보는 사람의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선생님이라면 앤 보이어의 모험에 동참해 주시리라 기대하며 추천사를 부탁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을 뿐 아니라 매우 감동적인 추천사를 보내 주셨어요.

이 글은 «언다잉»을 ‘투병의 의미를 바꾸는 글’로 정의합니다. 흔히 투병은 질병과의 싸움으로 이해되지만, «언다잉»은 아픈 사람들이 질병과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겪으며 살아가기 위해 싸운다는 진실을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진단명으로 축소될 수 없는 고유한 삶을 필사적인 글쓰기로 드러내는 것, 세상이 아픈 사람으로부터 듣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아픈 몸을 가로지는 “젠더, 계급, 인종 차별, 의료 제도, 자본에 대해 쓰는 것”, 이것이 ‘병은 당신을 무기로 변모시킨다’(64)는 말의 의미일 거예요.

전희경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보이어가 «언다잉»에서 보여 준 ‘쓰기’를 통한 ‘살기’의 길이란 “누군가와 함께, 누군가를 위해 쓰고자 했던 분투의 결과물”임을 분명히 합니다. 보이어가 그렇게 했듯 이제 우리도 누군가와 함께, 누군가를 위해 ‘쓰기’로 나아가길 권하는 이 글을 함께 읽어요.

‘아프다’는 것, 쓴다는 것

막을 올리며

앤 보이어는 «언다잉»의 <막을 올리며>에서 유방암에 걸린 뒤 그 사실을 어떤 형태로든 기록한 여성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이는 이들과 동행하겠다는 의지 표명인 동시에 이 작가들이 직면했던 문제 하나가 자신의 기획에도 출몰해 있다는 사실 확인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문제가요.

사회는 암 환자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라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싸워 이기라고, 유방암처럼 젠더화된 암의 경우 여성성을 유지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이 명령에 맞추어 생산된 수많은 승리 서사가 소음을 이루며 진실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는 진실을 쓰고자 하지만 그 진실이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유방암은 형식을 흐트러뜨리는 질문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질병”이며, 오늘날의 과제는 “툭하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묵살해 버리는 소음에 맞서 저항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말합니다.

이처럼 <막을 올리며>는 이 책 전체의 문제 의식과 목표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부분입니다. 본문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켜 주지만, «언다잉»의 매력은 그 방향마저 흐트러뜨리고 수많은 가지를 치면서 예상치 못한 형식으로 뻗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 낯선 여정에 여러분도 동행해 주세요.

막을 올리며

«언다잉»

«언다잉: 고통, 취약성, 필멸성, 의학, 예술, 시간, 꿈, 데이터, 소진, 암, 돌봄»
앤 보이어 지음 | 양미래 옮김 | 326쪽 | 18,000원

시인 앤 보이어는 2014년 마흔하나의 나이에 대단히 공격적인 ‘삼중 음성 유방암’을 진단받는다. «언다잉»은 이 암이 유발하는 고통을 견딘 과정을 기록한 투병기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자기 자신의 몸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인종주의의 비정한 폭력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시적 언어로 풀어헤쳐 온 작가인 그는 이 책에서도 세상의 잔혹함을 직시하며 고통의 사회적 근원을 되묻는다.

그렇게 «언다잉»은 물리적인 아픔, 몸과 마음 일부를 상실했다는 쓰라림, 혼자라는 외로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기록인 한편, 보이어의 증언과 고백은 이윤에 혈안이 된 미국 자본주의와, 천진하고 일상적인 온갖 차별과, 유방암으로 죽은 여자들에 대한 애도와, 고통을 매개로 연결되는 낯선 연대에 대한 소망과 뒤얽힌다.

유방암을 다룬 기념비적인 저작들의 목록에 새로운 목소리를 더하고 있는 이 책은 한 매체로부터 “뛰어난 유방암 회고록들을 스펙트럼으로 분류할 때 수전 손택의 글이 가장 덜 개인적이고 이브 코소프스키 세즈윅의 글이 가장 개인적이라면, «언다잉»은 스펙트럼 전체를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질병과 미국 자본주의의 암 돌봄이 얼마나 잔인한지 보여 주는 품위 있고 잊지 못할 서사”라는 선정의 변과 함께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언다잉»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디자인 후기

나도 몇 종류의 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이 어울리게 된 건(식물이 죽어가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하지만 죽어가고 있는 식물도 있다……) 최근 몇 년의 짧은 기간뿐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15년 전쯤부터 간간이 식물을 구입해 온 것 같다. 봄이 되면 대개 꽃집 앞 인도에 넘쳐흐르듯 꽃 화분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광경을 보면 늘 주변에서 발길이 멈췄고, 주머니를 뒤적이면 나오는 이삼천 원으로 뿌리까지 달린 꽃이나 좋아하는 모양의 이파리를 가진 관엽 식물을 살 수 있다는 건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뽐내던 식물들은 언제나 우리 집에만 데려오면 곧장 안색이 어두워지며 죽고 말았다. 꽃집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듬뿍 줬더니 시들었고 해가 잘 드는 창가에 뒀더니 흙에서 웬 버섯이 올라왔다. 죽으면 버렸고 이듬해 예쁜 화분이 보이면 또 샀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디자인 후기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

야규 신고(원예가)

저는 어린 시절에 식물과 만나고 원예에 뜻을 품어 지금은 야쓰타케 구락부라는 곳에서 매일 식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래 함께 지내며 알게 된 것은 식물이란 꽃을 피울 때만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싹 틀 때도 좋고 꽃이 진 다음도 좋습니다. 벌레가 잎사귀를 갉아먹어도, 그러다 급기야 시들어도 그렇습니다. 결코 화사할 때의 볼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식물과 함께하는 삶은 마음이 덜컥 움직이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그 매력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원예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이어 가던 중에 원예에 두 갈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꽃을 ‘잘 키우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원예 책의 99%가 그런 내용을 다루는 이른바 ‘하우 투’How to 책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접근법이 있는데 그것이 제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그것은 식물과 더불어 일희일비하는 것입니다. “앗, 시들었잖아!”라거나 “늘어났다!”라거나 “말라죽었어!”같이, 또한 “벌레다!”나 “열매가 열렸어!”같이 말이죠. 식물과 함께 우왕좌왕하고 싶습니다. 딱히 멋은 없지만 비길 데 없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미디어를 활용해 그런 우왕좌왕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이토 세이코 지음 | 김효진 옮김 | 272쪽 | 15,000원

1988년 작가로 데뷔한 이래 문학만이 아니라 음악, 연극,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벌여 온 작가 이토 세이코의 베란다 원예 에세이.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간 『아사히 신문』에 매주 연재한 일기를 묶었다.

십수 년의 아마추어 원예 경력을 가진 그이지만 원예의 무대는 도쿄 변두리 맨션의 좁은 베란다를 벗어나지 않는다. 번듯한 정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란다이기에 더욱 밀접하게 느낄 수 있는 식물의 세계가 있다.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공간인 베란다에서, 계절과 함께 반복되는 식물들의 성장과 죽음에 항상 새롭다는 듯이 울고 웃은 기록이 이 책이다.

원예에 숙달하는 길을 알려 주기보다는 우왕좌왕 실패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기록을 읽어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레 원예란 무엇인지, 왜 사람은 원예라는 행위에 그토록 이끌리는지를 묻게 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 역시 원예 생활의 당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쯤 불현듯 황홀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도.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비평의 위기와 ‘모던 걸’

«현대비평» 2020년 겨울호에 발표되었던 문학평론가 안지영 선생님의 «관광객의 철학» 서평을 공유합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종언’을 말한 가라타니 고진에 의해 발탁되어 «관광객의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아즈마 히로키의 행보를 일본 비평사에 등장한 ‘비평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하고, “아즈마가 미처 발화하지 못한 우글우글대는 무수한 가능성”에도 눈길을 주는 글입니다. 이 글과 함께 «관광객의 철학»이 더 많은 ‘오배’를 불러오기를 바랍니다.

비평의 위기와 ‘모던 걸’

1 빅 실버

«살림 비용»의 첫 장 <빅 실버>를 공유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써야 할지, 누구를 위해 쓸 건지에 관한 데버라 리비의 다짐을 엿볼 수 있는 챕터예요.

«살림 비용»은 길지 않은 열한 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중 특히 짤막한 이 장에서 리비는 묘하게도 자신의 경험이 아니라 자신이 목격한 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어요.

리비의 글로 전해진 이 일화는 «살림 비용» 전체의 무대를 설정하는 한편 몇몇 단어와 착상(폭풍과 보트, 빅 실버로 불리는 남성, 밝히지 않은 상처 등)은 반복되는 모티프로 활용되어 뒤에서도 거듭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장의 배치가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여기에 던져진 말들이 잔상처럼 남아 계속 곱씹게 돼요. 그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무척 강렬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특별한 장이 «살림 비용»이라는 책의 내부를 궁금해하고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 봅니다.

1 빅 실버

«살림 비용» 추천의 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감명 깊게 읽은 분들이라면 책 말미에 수록되어 그의 글이 가진 섬세한 결을 서로 다른 조명으로 밝혀 보였던 세 편의 ‘추천의 글’도 여러 번 곱씹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혹은 쓰기 시작하려는 여성, 그러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기로 마음먹은 여성을 위한 책인 «살림 비용»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여성 등장 인물을 창조하며 한국 문학을 갱신하고 있는 세 작가께 추천의 글을 받았습니다.

항상 새로운 문체로 치열하게 여성 서사를 개척해 온 강영숙 선생님은 «살림 비용»의 요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추천사를 기고해 주셨고, 독립적인 여성이 마주하는 이 사회의 속내를 단단한 문장으로 그려 온 강화길 선생님은 리비의 문장을 통해 위 세대 여성 작가들을 다시 만나며 다진 각오를, 여러 작품을 통해 뭉클한 여성 연대로 독자들을 초대했던 최은미 선생님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동의 장에서 맞닿”는 언어의 기쁨을 담은 추천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지금 여기에 발 딛고 활발한 창작을 이어 가고 있는 작가들의 문장이 이 책에 불어넣은 생생한 숨결을 느껴 보세요.

«살림 비용» 추천의 글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살림 비용»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처럼 한국 작가가 리비의 글에 응답하는 ‘후기’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박민정 선생님에 이어 이번엔 여성들 삶의 다양한 모습을 차분하고 촘촘한 문장으로 직조해 왔을 뿐 아니라 번역 활동도 이어 오고 있는 백수린 선생님이 흔쾌히 후기를 맡아 주셨어요.

백수린 선생님의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은 옥상 수도 동파라는 일상의 한 사건을 계기 삼아 ‘가부장제 바깥에서 홀로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세상이 보이는 무례함을, 또한 골목에 쭈그려 앉아 혼자 얼음을 깨고 있을 때 다가온 살가운 손길을 들려주는 글입니다.

«살림 비용»의 축도처럼 느껴지는 이 글은 “누구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존재할 자유”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과 그 분투의 과정에서 일궈 나가게 될 연대를 되새기게 만들어 줍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여성들이 이 글에서 용기를 얻기를 바랍니다.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살림 비용» 출간 기념 The Cost of Living 노트 이벤트

«살림 비용» 출간을 기념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살림 비용» 과 같은 판형에 커버와 속표지의 색을 반전한 유선 노트입니다. 『살림 비용』을 포함해 리시올/플레이타임의 책 2만 원 이상 구입하시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인터넷 서점에서는 마일리지 차감). 데버라 리비처럼 여러분도 나를 확보하고 삶을 꾸려 가는 나날을 기록해 보세요.

노트 입고 서점
온라인 서점  |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오프라인 서점 | 고요서사(서울), 달팽이책방(포항), 땡스북스(합정), 매일하나(서울), 무명서점(제주), 미묘북(부산), 번역가의 서재(서울), 별책부록(서울), 북스피리언스(서울), 스토리지북앤필름(강남점, 해방촌점)(서울), 스프링플레어(서울), 인덱스(서울), 책방이층(대구), 책봄(구미), 책자국(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