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 희망

오랫동안 준비한 번역문 하나를 올립니다. 2019년 문화 비평가 토드 B. 그루얼이 «k-펑크» 엮은이 대런 앰브로즈와 «k-펑크» <서문>을 쓴 사이먼 레이놀즈를 각각 인터뷰한 <가연성 희망>이라는 글이에요. 번역 및 게재를 허락해 준 온라인 잡지 «팝매터즈»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원문 링크: https://www.popmatters.com/mark-fisher-simon-reynolds-darren-ambrose

앰브로즈와 레이놀즈는 «k-펑크»의 <엮은이 서문>과 <서문>으로 마크 피셔에 대한 자신들의 기억을 전해 주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그 글들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라 할 수 있어요. «k-펑크»를 작업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자료라 독자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서문>들보다 조금 더 비공식적인 이 인터뷰는 마크 피셔가 어떤 개성을 보유한 비평가였고 그의 사고가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잘 드러내 줍니다. 특히 사이먼 레이놀즈는 피셔뿐 아니라 여러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기도 해요.

이 인터뷰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k-펑크»를 읽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이 인터뷰(그리고 블로그에 올린 다른 여러 글)를 동행인 삼아 2024년에도 «k-펑크»와 최근 2판이 출간된 «자본주의 리얼리즘» 많이들 읽고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연성 희망

«k-펑크» 1: 책, 영화, 텔레비전

영국 비평가 마크 피셔는 자본주의 리얼리즘, 유령론, 대중 모더니즘 같은 개념으로 새로움의 충격을 상실한 우리 문화를 독창적으로 진단하고, 과거와 현재의 문화 생산물에 여전히 남아 있는 잃어버린 미래의 흔적들을 면밀한 주의력으로 찾아냈다. 그는 컬트 인사가 되었고, 그런 뒤에는 21세기의 가장 흥미로운 영국 비평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k-펑크라는 블로그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피셔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후 그가 공동 설립한 리피터 북스에서는 2018년 블로그 게시물, 여러 잡지와 저널에 기고한 평론, 각종 매체와의 대담, 미발표/미완성 글 다수를 묶어 800여 쪽에 달하는 «k-펑크»를 펴냈다. 리시올 출판사에서는 10여 년의 시간과 방대한 영역을 아우른 «k-펑크»를 완역할 계획이며, 첫걸음으로 책, 영화, 텔레비전을 다루는 1~2부를 1권으로 선보인다.

«k-펑크» 1권은 밸러드, 버로스, 크로넨버그, 70~80년대 모더니즘 방송 체제, «샤이닝»과 «배트맨»과 «헝거 게임» 등 책과 영화, 텔레비전에서 피셔가 채굴한 가능성의 조각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을 읽으며 우리는 불안과 권태가 공존하는 현실에 구멍을 내고자 한 어느 명민한 정신이 사고의 건축물을 쌓아 올린 과정을 들여다보게 된다. 날카로우면서도 정서적이고, 도발적이면서도 관대한 피셔의 비평은 읽기의 기쁨을 선사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다른 미래를 꿈꾸라고 부추긴다.

«k-펑크» 1: 책, 영화, 텔레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