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학자 푸코가 현재를 돌(아)보는 방법

활동가이자 역사학도로 «세상과 은둔 사이», «불처벌»(공저), «원본 없는 판타지»(공저) 등의 저자인 김대현 선생님의 «푸코» 서평을 공유합니다. 벤느의 관점을 이어받아 “자료 보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푸코를 조명하고, 푸코의 이해자로서 벤느의 탁월함도 정확히 짚은 글이에요.

또한 미국의 지성사가 제임스 밀러가 푸코의 섹슈얼리티를 다루며 내비친, 연구의 시선에 내재한 동성애 혐오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며 소수자와 ‘함께 있음’의 의미를 숙고해 볼 것을 제안하는 글입니다(<개정판 옮긴이 후기>와도 공명하는 주제라서 한층 반가운 부분이었어요).

저희가 소개하고 싶었던 이 책의 면모들을 고루 톺아 보고 연관 텍스트를 광범위하게 참조하며 단단한 문제의식으로 연결한, 글의 스타일과 자세 모두 «푸코»의 그것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서평을 전할 수 있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게이 학자 푸코가 현재를 돌(아)보는 방법

들어가며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을 출간하며 이 책의 내용과 서술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들어가며>를 공유합니다. 아주 간명한 이 장에서 벤느는 조금의 유보도 남기지 않고 결정적인 규정을 제시합니다. 푸코는 회의주의자였다고요.

그는 구조주의자, 68 사상가, 상대주의자, 허무주의자 등 푸코를 수식하는 여러 규정을 가볍게 물리치며 푸코가 믿은 것(역사적 사실, 인간의 자유 등)과 믿지 않은 것(일반론, 실천을 정당화하는 철학 등)을 구분한 뒤 푸코의 특이성을 “역사적 비판”에 기초한 “경험적 인간학”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또 이 글은 폴 벤느가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보여 줍니다. 기개가 넘치는 도입부터 날렵하고 우아한 푸코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는 마무리까지, 먼저 떠난 지적 동료를 향한 애정과 존경이 문장에서 흠뻑 묻어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렇듯 <들어가며>는 이어질 본문을 예비하는 한편, 벤느의 서술이 단호함의 아름다움을 성취하고 있음을 예시합니다. 이 짤막한 분량에 자신이 생각하는 푸코의 모두 것을 펼쳐 보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예요. 이 책뿐 아니라 푸코 저작 전반에 대한 (논쟁적인) 길잡이로 손색이 없는 글이에요.

들어가며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

폴 벤느는 1950년대 파리 고등 사범 학교에서 처음 푸코를 만나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까운 친구이자 지적 동지로 지냈다. 푸코주의를 역사학에 접목하는 한편 푸코 후기 작업이 고대사를 탐사하는 데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했던 벤느는 2008년 자신의 결정적 푸코론인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를 펴내 오랜 벗에게 마지막 헌사를 바쳤다.

이 책에서 벤느는 푸코에 대한 오랜 오해를 교정하고 그의 유산이 가진 의미와 잠재력을 전하는 데 진력한다. 그에 따르면 푸코는 무엇보다도 회의주의 철학자였다. 이 책은 푸코 작업의 전반을 아우르며 푸코 사상에 대한 가장 일관되고 에두르지 않는 설명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교차하는 벤느의 기억 속 인간 푸코의 면모는 회의주의적 고고학자이자 전투적 행동주의자였던 푸코의 초상을 선연히 그려 낸다.

이 책은 «푸코, 사유와 인간»(이상길 옮김, 산책자, 2009)의 전면 개정판이다. 번역을 새롭게 가다듬고 주석의 보완 외에도 초판 부록이었던 푸코 연보와 저작 목록을 최신화했다. 더불어 2021년 ‘푸코 스캔들’의 전말과 함의를 담은 옮긴이 에세이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를 ‘개정판 후기’로 수록해 출간의 의의를 더했다.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