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푸코: 그의 사유, 그의 인격»을 출간하며 이 책의 내용과 서술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들어가며>를 공유합니다. 아주 간명한 이 장에서 벤느는 조금의 유보도 남기지 않고 결정적인 규정을 제시합니다. 푸코는 회의주의자였다고요.

그는 구조주의자, 68 사상가, 상대주의자, 허무주의자 등 푸코를 수식하는 여러 규정을 가볍게 물리치며 푸코가 믿은 것(역사적 사실, 인간의 자유 등)과 믿지 않은 것(일반론, 실천을 정당화하는 철학 등)을 구분한 뒤 푸코의 특이성을 “역사적 비판”에 기초한 “경험적 인간학”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또 이 글은 폴 벤느가 한 사람의 작가로서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보여 줍니다. 기개가 넘치는 도입부터 날렵하고 우아한 푸코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는 마무리까지, 먼저 떠난 지적 동료를 향한 애정과 존경이 문장에서 흠뻑 묻어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렇듯 <들어가며>는 이어질 본문을 예비하는 한편, 벤느의 서술이 단호함의 아름다움을 성취하고 있음을 예시합니다. 이 짤막한 분량에 자신이 생각하는 푸코의 모두 것을 펼쳐 보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예요. 이 책뿐 아니라 푸코 저작 전반에 대한 (논쟁적인) 길잡이로 손색이 없는 글이에요.

들어가며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

폴 벤느는 1950년대 파리 고등 사범 학교에서 처음 푸코를 만나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가까운 친구이자 지적 동지로 지냈다. 푸코주의를 역사학에 접목하는 한편 푸코 후기 작업이 고대사를 탐사하는 데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했던 벤느는 2008년 자신의 결정적 푸코론인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를 펴내 오랜 벗에게 마지막 헌사를 바쳤다.

이 책에서 벤느는 푸코에 대한 오랜 오해를 교정하고 그의 유산이 가진 의미와 잠재력을 전하는 데 진력한다. 그에 따르면 푸코는 무엇보다도 회의주의 철학자였다. 이 책은 푸코 작업의 전반을 아우르며 푸코 사상에 대한 가장 일관되고 에두르지 않는 설명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교차하는 벤느의 기억 속 인간 푸코의 면모는 회의주의적 고고학자이자 전투적 행동주의자였던 푸코의 초상을 선연히 그려 낸다.

이 책은 «푸코, 사유와 인간»(이상길 옮김, 산책자, 2009)의 전면 개정판이다. 번역을 새롭게 가다듬고 주석의 보완 외에도 초판 부록이었던 푸코 연보와 저작 목록을 최신화했다. 더불어 2021년 ‘푸코 스캔들’의 전말과 함의를 담은 옮긴이 에세이 <푸코를 불태워야 하는가?>를 ‘개정판 후기’로 수록해 출간의 의의를 더했다.

«푸코: 그의 인격, 그의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