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커닝햄이 쓰고 정명진이 옮긴 소설 «세월»The Hours에서 한 여성이 호텔을 찾는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주부로서 집에 묶여 보내는 나날, 그 무게에 질식할 것 같은 그는 집 밖에서 찾은 이 임시적인 공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을 읽는다. “호텔로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도망 나온 것 같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데버라 리비의 소설 «핫 밀크»Hot Milk에서는 한 모녀가 모친의 고질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옮겨 간다. 이 고질병은 집안 병이자 모녀 병이기도 하다. 프로이트: 이 여자에게는 질병이 삶에서 스스로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1]
어떤 여자들은 불평하기 위해 호텔에 간다. 어떤 여자들은 치료를 위해 호텔에 간다.
병원으로 갈 것인가 호텔로 갈 것인가. 안을 찾아 밖으로 가야만 하는 이들. 내 방을 찾아 밖으로 가야 하는 이들. … 호텔 에세이


‘어느 도시에고 그랜드 호텔은 있기 마련이죠.’ 라이어널 배리모어가 에드먼드 굴딩 감독의 1932년 작에서 이리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을 뒷받침하듯 이 영화의 제목 또한 <그랜드 호텔>이었다. 굴딩의 영화가 상영되던 시절만 해도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건립한 호텔을 세련미의 절정으로 여겼고, 새로 지은 건물에는 새로이 고안해 낸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대 세론이기도 했다. 고로 스타우드(1930년 건립), 노보텔(1965년), 아코르(1967년). 근래 들어서는 용도 변경이 이러한 신조어의 발명을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