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한 시몬 베유의 단편들

시몬 베유가 2차 대전 발발 초기인 1938과 1939년에 쓴 아주 짧은 단편 두 편을 번역해 블로그에 올립니다.

이 글들에서 베유는 유럽의 정치적인 파국을 정신적인 위기와 엮어 사고합니다. 그리고 권력을 추구하는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해선 정반대되는 원칙, 즉 정의의 원칙이 인민의 정신에 스며들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어요.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에 수록한 마지막 두 글에 ‘이 전쟁은 종교 전쟁입니다’와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을까요?’라는 제목이 달린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베유의 진단과 제안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은 이 두 글을 꼭 읽어 봐 주세요.

전쟁에 대한 시몬 베유의 단편들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

시몬 베유에게 신은 군림하며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 포기와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다. 사망하기 직전인 1942~1943년에 집필한 종교사 및 유럽 문명 관련 글 여섯 편을 묶은 이 책은 독특한 신 개념에서 출발하는 베유의 신학적 확신과 물음을 최종적으로 담고 있다. 이 글들에서 베유는 그리스도교가 변질 또는 타락한 배경을 뒤쫓고 모두의 영성적 존엄성에 입각한 사회 질서를 스케치한다.

베유는 고등 사범 학교를 졸업한 뒤 한동안 노동 운동에 투신했고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다. 또 2차 대전이 발발한 다음에는 프랑스 망명 정부에 합류하는 한편 서양 세계가 맞이한 위기의 근원을 해명하고자 분투했다. 당시 서양은 의회 민주주의의 공허성, 권력자 신을 숭배하는 종교들의 타락, 파시즘의 독재 사이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안긴 절망과 그로부터 피어난 새로운 비전이 이 글들에 새겨져 있다.

«쿠튀리에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