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의 문화사적 위치

올해 군산 북페어에서 소책자로 공개한 후쿠시마 료타의 <«삼체»의 문화사적 위치>(윤재민, 정창훈 옮김)를 블로그에 올립니다. 후쿠시마의 «헬로, 유라시아»(2021)에 보론으로 수록된 글이며, «헬로, 유라시아»는 추후 두 옮긴이의 번역으로 리시올에서 출간될 예정이에요.

2008년 1부가 출간되었고 올해 넷플릭스에서 영상화되기도 한 류츠신의 «삼체»를, 중화권의 문화사적 맥락 속에서 그 탄생부터 현재적 함의까지 짚어 설명한 글입니다. 중문학자이기도 한 후쿠시마의 비평이 어떤 종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시사해 주는 글이기도 해요. 중국이 오랫동안 SF의 불모지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부터 이런 대작이 나올 수 있게 한 배경(홍콩이라는 변경의 존재, 양계초와 루쉰에 이르는 문화적 전통, 켄 리우의 우수한 번역 등)은 무엇이었는지를 꼼꼼히 조명하고, 웅장하면서도도 오싹한 ‘우주론적 진화론’의 의미를 밝힙니다.

«나선형 상상력»의 출간 후 인터뷰에서 후쿠시마는 “더 거시적이고 자유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이 글이 작품의 내부와 외부, 문학과 정치, 로컬과 글로벌을 능수능란하게 연결 지으며 주는 자유의 감각을 여러분도 느껴 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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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의 문화사적 위치

«나선형 상상력»의 전체상

그간 SNS에 올린 «나선형 상상력» 관련 글 가운데 본문 내용을 소개한 것들을 모아 블로그에 올립니다. 헤이세이 30년 일본 문학의 지형도를 그리는 너른 시야의 책인 만큼, 전체상을 또렷하게 인지할수록 책의 유용성도 따라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본문과 같은 ‘이야기, 내향, 정치, 사소설, 범죄, 역사’ 여섯 개 테마의 순서대로 정리해 보았어요. 이 책이 궁금한 분들만이 아니라 이미 읽은 분들이 감상을 정리해 보시는 데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1장은 불과 몇 년 전의 사건도 간단히 잊히고 문학이라는 장르의 연속성 자체가 희미해지는 현실을 짚은 후, 헤이세이 동안 ‘내러티브의 위기’라는 문제에 천착한 작가들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전개할 ‘헤이세이 문학론’의 포석을 놓으려 합니다.

헤이세이 초에 이 위기를 예민하게 의식한 작가가 오에 겐자부로였습니다. 세계를 굽어보며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는 안정적 내러티브가 불가능해졌다는 인식에서, 오에는 매 작품마다 임시적 내러티브를 설계해 복잡하고 불투명한 현실의 단면을 잘라낼 필요가 있음을 말했습니다. 헤이세이적 허무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이야기할 내용이 없다 해도 이야기의 자세를 설계할 수는 있다’는 아이러니의 내러티브를 실천했고, 이후 출현하는 작가들도 내러티브의 위기에 대한 선배 작가들의 전략을 일정하게 공유하게 됩니다.

«나선형 상상력»의 전체상

후쿠시마 료타, 헤이세이 문학의 부채와 비평가의 책무를 말하다

후쿠시마 료타가 문학, 음악 평론가이자 «디스토피아 픽션론» 등을 집필한 엔도 도시아키와 2021년 웹진 «리얼 사운드 북» 지면에서 나눈 대화를 번역해, «리얼 사운드 북»의 허가를 받아 블로그에 올립니다.

대화는 후쿠시마의 비평 경력 속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작가 마이조 오타로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라 할 수 있는 헤이세이의 상징적 빈곤을 돌아보며 화제를 확장해 나갑니다. 후쿠시마의 현상학적 소설론, ‘근대 문학의 종언’ 이후의 비평론, 오늘날 문학의 소외를 “더 거시적이고 자유로운 시각을 취할 수 있는 기회”로 파악하는 시각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채워져 있습니다.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의 2020년대에 일본 문학이 놓인 조건을 «나선형 상상력» 3장 논의를 되살리며 점검하고, 지금 자신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을 말합니다(여기서 언급되는 «헬로, 유라시아»는 2025~2026년 중에 리시올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일본 문학 비평을 넘어 동시대와 호흡하고 고민한 결과물로서 «나선형 상상력»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글이에요. 후쿠시마 스스로도 이 책이 외국 독자나 업계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하니, 이 글이 조금 더 쉽게 책에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원문 링크: https://realsound.jp/book/2021/05/post-754213.html

후쿠시마 료타, 헤이세이 문학의 부채와 비평가의 책무를 말하다

«나선형 상상력»

비평가 후쿠시마 료타가 지난 헤이세이 연간(1989~2019)의 일본 문학이 마주했던 과제와 그 유산을 결산한 책. 헤이세이는 냉전의 종식, 장기 불황의 시작, 소셜 미디어의 출현 등 일본 안팎에서 사회상의 급변이 일어난 시기다. 이 시기 문학계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다와다 요코, 무라타 사야카 등이 세계적 인기를 얻은 반면, 국내적으로는 출판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문학의 위상이 실추되었다.

이 책은 이런 배경 위에서 헤이세이 동안 일본 문학의 현장과 내용에 일어난 근본적 변화를 검토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들로 구성된 헤이세이 문학을 포착하기 위해 여섯 개의 ‘문제군’을 제시한 다음 이들을 ‘나선형 상상력’이라는 하나의 형상으로 엮어 낸다.

급변하는 세계가 만들어 낸 나선형 운동에 끝없이 포획되면서도 이탈을 꾀했던 헤이세이 문학의 유산을 올바르게 상속하고 문학의 진지를 다시 세우려는 비평적 노력이 우리 자신의 과제 또한 일깨운다.

«나선형 상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