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타임>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1967년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 타티가 모든 것을 걸고 세상에 내놓은 이 영화는 미래적이면서도 향수를 자극하고 현실의 냉정함을 묘사하면서도 따뜻함을 포기하지 않는 드문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봐도 신선하고 감각적이며 마음을 울리는 이 영화를 닮고 싶다고 생각하며 플레이타임 출판사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플레이타임은 한 출판사에서 함께 일하던 세 명의 동료가 뜻을 합쳐 독립해 만든 출판사입니다. 1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 우리 힘만으로 책을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거창하게 ‘이 사회에 필요한 책’ 따위가 아니라도(당연히 이 역시 관심사긴 하지만) 우리가 끌리는 책들을, 우리만의 감각과 방식으로 만들자고요. 그렇게 필사적이면서도 약간은 대책 없이 우리의 원년이 시작되었습니다.(ง •̀_•́)ง
시야가 얕고 넓기로 소문난 세 사람이 모인 만큼 온갖 종류의 책이 우리를 끌어당겼습니다.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책, 눈길을 사로잡는 신작, 새로이 발견한 숨은 보석까지…… 분야나 주제, 형식과 스타일이 제각기 다른 책들이 하나둘씩 우리 목록에 담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경제학과 철학, 사회과학에서 문화 비평과 문학적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하나의 브랜드에 이 전부를 담으면 몇몇 책은 그 개성이 묻힐 수도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고심 끝에 출판사를 두 개의 브랜드로 분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식과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사회 문제들을 성찰하는 책들은 ‘리시올’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친근한 글쓰기로 또 때로는 문학적 독창성으로 참신한 감각과 정서적 울림을 전하는 책들은 ‘플레이타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하려 합니다. 오늘은 플레이타임으로 인사를 건네고 있지만 곧(정말 곧!) 리시올로도 여러분을 찾아갈 계획이니 두 배로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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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타임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기획은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의 ‘오브젝트 레슨스’Object Lessons 시리즈 번역 출간입니다. 2015년부터 출간된 이십여 권 가운데 『호텔』, 『쓰레기』, 『패스워드』, 『유리』를 선정했고, 올 9월 이 네 권의 책을 여러분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대망의 첫 프로젝트이고, 플레이타임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 주는 시리즈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어서는 트위터 계정 so sad today(@sosadtoday)를 운영하는 미국의 시인 멜리사 브로더가 현대 도시 거주 여성의 불안한 내면을 숨김없이 묘파한 에세이 『오늘 너무 슬퍼』(So Sad Today)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또 일본의 신예 소설가 야마우치 마리코가 ‘쇼핑’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갓 사회에 나온 여성들이 마주치는 삶의 장면들을 솔직하고 경쾌하게 그린 『쇼핑과 나』(買い物とわたし),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이자 DJ, 그러나 무엇보다 열혈 원예인인 이토 세이코가 써 내려간 원예 일기 『자기류 원예 베란다파』(自己流園芸ベランダ派)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이자 한 명의 작가로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 응답하며 글쓰기의 동력과 자양분이 되는 삶을 유려한 필치로 풀어 낸 데버러 리비의 『알고 싶지 않은 것들』(Things I Don’t Want to Know), 장르를 무화하는 시적이고도 지적인 글로 언어와 몸, 역할과 정체성을 과정이자 전이로 그려 내면서 성과 젠더, 모성과 가족, 정상성의 정의를 묻고 또 확장하는 매기 넬슨의 준자전적 에세이 『아르고호의 선원들』(The Argonauts)이 전할 신선한 충격도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플레이타임은 이렇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시선을 던지는 책을, 삶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지만 유머와 낙관을 잃지 않는 책을, 우리의 감각과 감정을 일깨우는 책을 내려고 합니다. 앞으로 한 권 한 권의 책을 보다 자세히 소개해 드릴 기회들이 있을 테니 관심의 끈을 꼭 부여잡아 주세요. 아참, SNS를 통해서도 중요하고 사소한 소식들을 전하고 여러분과 만나려 합니다. 어디서 마주치든 반갑게 인사해 주세요. (ᵔᴥ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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