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시몬 베유 지음 | 이종영 옮김 | 124쪽 | 12,000원

1938년경 시몬 베유는 한 편의 글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유럽 대륙에 불길한 전쟁의 기운이 감돌던 시점에 쓴 이 글은 뜻밖에도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서사시를 다루고 있다. 시몬 베유의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논고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가 바로 그 글이다.

리시올 출판사는 이제까지 국내에 번역된 적 없는 베유의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를 처음 번역 출간한다. 이 글에서 베유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해석한다. 그가 보기에 이 서사시의 진짜 주인공이자 중심 주제는 위대한 영웅들이 아니라 힘이다. 베유는 힘의 논리에 입각해 «일리아스»를 읽고 이 서사시가 전쟁의 차가운 잔혹성과 공평성을 서구 역사상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선명하고 생생하게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베유에게 이 시는 여러 형태의 순수한 사랑을 그림으로써 사람들이 힘의 포획에서 벗어나 영혼을 지니게 되는 “그 짧고 신적인 순간”을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또 베유의 미완성 원고 <마르크스주의적 독트린은 존재하는가>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 중력과 은총의 대립으로 잘 알려진 베유의 사고 체계는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에서 힘과 거기서 빠져나오는 은총의 대립으로 형상화된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적 독트린은 존재하는가>에서 이 대립은 베유가 마르크스주의 사고의 약점으로 지적하는 필연성과 초자연적인 것의 대립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두 글은 «일리아스»와 마르크스라는 상이한 대상을 다루지만 힘과 필연성, 전쟁, 은총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동일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힘과 권력이 숭배되고 힘의 격차는 나날이 벌어지는 오늘날 힘과 필연성, 불행, 선, 은총, 주의(관심), 교육 등에 대한 그의 성찰은 우리에게 사고와 태도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 새로운 번역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오해받았거나 잊혔던 시몬 베유의 생각들을 더 체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제들에 그가 어떤 도전을 제기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 *

차례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마르크스주의적 독트린은 존재하는가

옮긴이의 말
시몬 베유 연보

* * *

추천의 글

알베르 카뮈
정직함에 의하여 위대하고 절망함 없이 위대하다, 이런 것이 이 작가의 덕목이다. 이렇게 하여 그녀는 여전히 고독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희망을 가득 실은 선구자들의 고독이다.

T. S. 엘리엇
우리는 그저 흡사 성인의 그것과 같은 천재성을 보유한 한 여성의 개성에 우리 자신을 노출시켜야만 한다. 어쩌면 ‘천재성’은 적합한 단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의 신앙과 회의에 관해 실제로 토론해 본 적 있는 유일한 신부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그의 영혼은 그의 천재성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하다.”

체슬라브 밀로즈
그의 지성, 양식상의 정밀함은 인류의 고통에 바친 아주 높은 수준의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마따나 “절대적으로 순수한 관심은 기도”다.

모리스 블랑쇼
우리는 철학자들의 모순이 안기는 충격과 제약을 용감하게 견뎌 내곤 한다. 그리고 사고들의 불가피한 대립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서 유독 시몬 베유만이 철학자라는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는 까닭을 도무지 모르겠다.

수전 손택
우리가 그처럼 가차없는 기인들을 읽는 것은 그들 개인이 지닌 권위 때문에, 그들이 본보기로 보여준 진지함 때문에, 진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그들의 명백한 의지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단편적인) 견해 때문이다.

* * *

지은이 / 시몬 베유Simone Weil
프랑스의 철학자. 1909년 2월 3일 유대인 가족에서 태어나 1943년 8월 24일 영국 켄트주의 애슈퍼드Ashford에 있는 요양원에서 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랭(에밀 샤르티에)에게 철학을 배웠고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1931년에 철학교수자격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노동 운동을 활발히 펼쳤고, 1934년 12월부터 1935년 8월 말까지 공장 노동을 했으며,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썼습니다. 1936년에는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습니다. 1938년에 신비 체험을 했고, 그 후엔 종교적인 글을 많이 썼습니다. 1940년 9월 마르세유로 이주했고, 1942년 7월엔 뉴욕, 같은 해 12월엔 런던으로 이주해 드골이 이끄는 망명 정부(자유 프랑스)에 참여했습니다. 사후에 출간된 여러 형태의 글들이 2차 대전 이후의 지성계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16권의 전집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옮긴이 / 이종영
파리8대학 정치사회학-정치인류학 박사. «내면으로», «영혼의 슬픔», «마음과 세계» 등의 저서가 있고 «에크리»(공역) 등의 번역서가 있습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