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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바를 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고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작은 상가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 공사를 시작했다. 미용실을 거쳐 소줏집이 들어와 있던 자리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별로 없었기에 최소한의 돈으로 어떻게 잘 꾸며 볼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언제나 그렇듯 잘못된 생각이다. 미용실을 인수받아 소줏집을 운영하던 아주머니는 미용실 인테리어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서 장사를 했고, 그렇게 다섯 달 만에 망했다. 매끈하게 빛나는 빨간 벽면에 미용실 거울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소줏집에서 야채전을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게 이름도 제법 별로였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꽤나 별로인 이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틸트’Tilt라는 이름도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니겠지만. … 거울 밖으로







‘어느 도시에고 그랜드 호텔은 있기 마련이죠.’ 라이어널 배리모어가 에드먼드 굴딩 감독의 1932년 작에서 이리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을 뒷받침하듯 이 영화의 제목 또한 <그랜드 호텔>이었다. 굴딩의 영화가 상영되던 시절만 해도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건립한 호텔을 세련미의 절정으로 여겼고, 새로 지은 건물에는 새로이 고안해 낸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대 세론이기도 했다. 고로 스타우드(1930년 건립), 노보텔(1965년), 아코르(1967년). 근래 들어서는 용도 변경이 이러한 신조어의 발명을 대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