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미래)

김지승

만약에, 라고 시작해 보자. 만약에 클로디아 랭킨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고장 난 구조의 일부라면. 흑인 차별적인 각본의 체제 안에서 기능하며 모든 장르의 관습을 재창조할 뿐이라면. 현재는 꽁꽁 막혔고 미래는 이미 상실되었다면. 구멍 난 과거만이 우리를 지탱한다면. 모든 걸 딛고 얻은 생존, 바로 그 생존의 콜라주인 한 권의 책을 앞에 두고 펼칠 수 있다면. 자신이 가진 기록과 자료를 기꺼이 나눈 흑인들이 공동 저자인 책의 서문을 읽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미래)

게이 학자 푸코가 현재를 돌(아)보는 방법

활동가이자 역사학도로 «세상과 은둔 사이», «불처벌»(공저), «원본 없는 판타지»(공저) 등의 저자인 김대현 선생님의 «푸코» 서평을 공유합니다. 벤느의 관점을 이어받아 “자료 보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푸코를 조명하고, 푸코의 이해자로서 벤느의 탁월함도 정확히 짚은 글이에요.

또한 미국의 지성사가 제임스 밀러가 푸코의 섹슈얼리티를 다루며 내비친, 연구의 시선에 내재한 동성애 혐오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며 소수자와 ‘함께 있음’의 의미를 숙고해 볼 것을 제안하는 글입니다(<개정판 옮긴이 후기>와도 공명하는 주제라서 한층 반가운 부분이었어요).

저희가 소개하고 싶었던 이 책의 면모들을 고루 톺아 보고 연관 텍스트를 광범위하게 참조하며 단단한 문제의식으로 연결한, 글의 스타일과 자세 모두 «푸코»의 그것과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서평을 전할 수 있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게이 학자 푸코가 현재를 돌(아)보는 방법

금융 자본에 맞서기 위한 실천 매뉴얼

인류학자 이승철 선생님께서 학술지 «문명과 경계» 7호(2023년 9월)에 «피투자자의 시간» 서평인 <금융 자본에 맞서기 위한 실천 매뉴얼>을 발표하셨습니다. 이승철 선생님의 허락을 구해 저희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원문도 «문명과 경계»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다운받을 수 있으니 PDF로 보시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 보세요.
원문: http://ricc.postech.ac.kr/bbs/board.php?tbl=journal&mode=VIEW&num=12&amp;

이승철 선생님은 일상 생활의 금융화와 포퓰리즘을 연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희 블로그를 통해 페어의 글도 번역했을 정도로 미셸 페어의 작업을 꾸준히 살펴 오셨는데요. «피투자자의 시간»을 비평할 최적임자인 만큼 아주 명료하게 이 책의 장점과 약점을 짚어 주셨습니다.

“금융을 분석하고 문제 삼을 개념과 ‘가지성(intelligibility)’의 틀이 여전히 취약하고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을 밝히며 시작하는 이 서평은 «피투자자의 시간»을 이런 개념과 틀을 제공하는 작업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서평에서 제시하는 이 책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융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기존 논의들을 재배치한다는 것, 금융화와 관련된 동시대 사회과학 연구들과 긴밀히 연결되는 확장성을 지닌다는 것, 무엇보다도 금융 자본주의에 대응할 논쟁적이지만 일관된 전략을 제시한다는 것.

나아가 «피투자자의 시간»에서 제시하는 노동 운동과 피투자자 운동의 유비가 불완전하고, 금융 내부와 외부의 투쟁들 간 연결 고리가 부족하며, 투자/투기라는 인간 조건이 사물과 권리, 사회, 정치에 대한 상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서평은 “앞선 논의들을 명쾌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정리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현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도우면서, 흥미로운 질문과 사유를 계속해서 자극하는 책”이라는 평가로 마무리됩니다.

«피투자자의 시간»의 의의와 미진한 점 모두를 명료하고 균형 감각 있게 짚어 주신 이승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피투자자의 시간»뿐 아니라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의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금융 자본에 맞서기 위한 실천 매뉴얼

우린 무언가 새로운 걸 짓고 있어, 나를 위해 아름다운 무언가를

«k-펑크» 1권을 내면서 오랜만에 국내 필자의 서평을 받았습니다. 대중 음악 비평가이자 블로거로 맹활약 중인 나원영 선생님께 서평을 부탁드렸고, <우린 무언가 새로운 걸 짓고 있어, 나를 위해 아름다운 무언가를>이라는 아름다운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마크 피셔는 오랫동안 ‘제집 같지 않음’unheimlich이라는 기분에 골몰했어요. 이 기분은 자신이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초래하지만, 거꾸로 자신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나원영 선생님은 채 완공되지 못한 k-펑크라는 집을 둘러보면서 제집 같지 않음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냅니다. 나아가 피셔와 마찬가지로 제집이 없는 듯이 느껴졌던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고, 허구에 불과할지라도 자신만의 집을 지으려는 시도를 긍정합니다.

서평은 “혼자서는 집을 지을 수 없으니까요”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말은 «k-펑크»를 지침서 중 하나로 추가하라는 권유인 동시에 함께 각자의 공간을 지어 나가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불안정하고 불균등할지언정 그렇게 개개의 집이 모여야만 공동체도 꿈꿀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린 무언가 새로운 걸 짓고 있어, 나를 위해 아름다운 무언가를

비평의 위기와 ‘모던 걸’

«현대비평» 2020년 겨울호에 발표되었던 문학평론가 안지영 선생님의 «관광객의 철학» 서평을 공유합니다. ‘일본 근대문학의 종언’을 말한 가라타니 고진에 의해 발탁되어 «관광객의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아즈마 히로키의 행보를 일본 비평사에 등장한 ‘비평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맥락에서 파악하고, “아즈마가 미처 발화하지 못한 우글우글대는 무수한 가능성”에도 눈길을 주는 글입니다. 이 글과 함께 «관광객의 철학»이 더 많은 ‘오배’를 불러오기를 바랍니다.

비평의 위기와 ‘모던 걸’

우리이지만 우리가 되지 못하는 우리가 ‘우리’라는 감각을 지니려면

작년에 «아빠의 아빠가 됐다»를 출간한 조기현 선생님의 «커밍 업 쇼트» 독후감을 공유합니다. «커밍 업 쇼트»를 읽은 걸 계기로 지난날 다른 청년들을 만나 벽을 느낀 경험을 돌아보는 글이에요.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오늘날 청년의 단면들을 살짝 소묘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우리’라는 감각을 확보한 상태로 벽을 허물려면 우선 이 벽의 정체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한국에서도 노동 계급 청년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방식이 급속해 변해 왔을 뿐 아니라 이들이 성인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번 서평을 경유해 «커밍 업 쇼트»가 이 변화를 파악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이지만 우리가 되지 못하는 우리가 ‘우리’라는 감각을 지니려면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문화연구자이자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회사가 괜찮으면 누가 퇴사해»의 저자인 천주희 선생님의 «커밍 업 쇼트» 서평을 공유합니다. 몇 년 동안 청년들을 만나 연구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무드 경제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글이에요. 국내에도 청년의 감정 구조나 서사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이 있지만 이제 시작하고 있는 분야임을 지적하고, 부족한 부분을 이 책이 메워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도 표하고 있는데요. “무드 경제는 고통과 그에 대한 해결을 치료 서사로 환원하며,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감정 관리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지적은 우리 사회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변화 아닐까 싶습니다. 서평에서 권하는 것처럼 “연구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사람들”, “우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지, 그 삶을 연구자는 어떻게 해석하려고 노력하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커밍 업 쇼트»가 다가가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를 읽고

독립연구자 김정복 선생님의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서평을 공개합니다.

김정복 선생님은 후쿠시마 료타의 첫 단행본 «신화가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론» 한국어판의 옮긴이로, 저희 역시 이 한국어판을 통해 후쿠시마 료타라는 비평가를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 글이 한층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글은 2000년대 이후 일본 비평계의 전개 속에서 후쿠시마 료타라는 비평가가 차지하는 위상을 압축적으로 해설해 주며, 전작인 «신화가 생각한다»와 «부흥 문화론» 사이에 존재하는 단층(그리고 공유된 문제의식),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 축으로 전개된 일본 문화론의 흐름에 비춘 이 책의 의미를 간명히 짚습니다.

나아가 이 글은 2011년 3·11이라는 대재난 이후 일본 문화계에서 대두된 ‘부흥’의 과제에 이 영민한 비평가가 어떤 의도와 전략으로 개입하고자 했는지를 상상해 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코로나(COVID-19)로 촉발된 전 세계적 규모의 재난 속에서 «부흥 문화론»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이 서평과 함께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를 읽고

오늘날 우리의 감정을 근거 짓는 것들

문학 평론가 김미정 선생님의 «감정화하는 사회» 서평 <오늘날 우리의 감정을 근거 짓는 것들>을 공개합니다.

2019년 출간된 김미정 선생님의 비평집 «움직이는 별자리들»은 우리 시대와 한국 문학의 장면들을 독창적이고도 선명한 비평 언어로 분석해 다양한 독자의 호응을 모았습니다. 저희도 «감정화하는 사회»를 작업하던 중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고, 거기 수록된 <흔들리는 재현‧대의의 시간>에 오쓰카 에이지의 ‘기능성 문학론’이 중요하게 논의된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감정화하는 사회» 출간 후 김미정 선생님에게 서평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감정화하는 사회»의 문제 의식을 두루 살피면서 주요 논지와 의의를 짚고 있으며, 우리 현실과 연결시켜 읽을 수 있는 지점도 밝혀 주고 있습니다. 나아가 ‘근대의 재실행’이라는 전제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제시한 ‘플랫폼 자본주의’와 ‘감정화’ 등의 문제 의식에 공감한다면 이를 다른 방향으로 이어받을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는 ‘번역’의 문제를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글의 바람이 전달되어 우리 사회의 ‘감정화’를 둘러싼 더 다양하고 생산적인 논의들이 촉발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감정을 근거 짓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