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화하는 사회»는 책 넘김이 아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차적으로는 분량 문제가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질감이 지은이의 속도감 있는 문체와 어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표지와 본문 용지를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한 단계 가벼운 종이로 정하고 대신 커버를 추가했다.
나는 커버 씌우는 방식을 좋아한다(리시올/플레이타임의 책 중에서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커버를 만들었다). 얇은 종이로 한 겹 감싸게 되면 어딘지 선물을 포장한 것 같기도 하고, 또 표지 자체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파악할 수 있고 검색하면 단번에 찾아볼 수 있는 커버 표지에 비해 속표지는 숨겨져 있어 접힌 날개를 펴 커버를 벗겨야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게 커버를 씌운 책들의 매력이 아닐까. 그런 수고로움을 거쳐 속표지를 확인하고 커버 디자인과 대조해 보거나 연결 고리를 상상해 보는 일이 늘 재밌기도 하고. 뒤에서 말하겠지만 특히 이 책은 모든 걸 ‘평면화’하는 감정화를 다룬 책이기 때문에 표지 디자인에 약간의 ‘입체감’을 부여하고 싶었다. 그리고 커버로 감싼 책은 특유의 책 넘김이 있는데 그 감각이 좋다. … «감정화하는 사회» 디자인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