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의 철학» 디자인 후기

원고지 1200매라는 분량을 듣고 이 책의 판형은 128×200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리시올/플레이타임에서 펴낸 책들의 판형은 세 종류(122×190, 128×200, 138×210)다. 190부터 세로가 10mm씩 늘어난 세 가지 판형이다. 꼭 10mm씩 간격을 두자고 결심한 건 아니었고, 얇고 가벼운 책들을 먼저 내고 점차 무게 있는 책들도 출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 정했다. 각각의 판형 모두 많이 고민한 뒤 결정했고 판형만으로도 여전히 아주 마음에 드는 모양새여서, 앞으로의 책들도 대부분 이 세 판형을 기준으로 삼게 될 것 같다. «관광객의 철학»은 적당한 분량의 인문서이므로 둘째 크기의 판형인 128×200으로 결정했다.

«관광객의 철학» 디자인 후기

«관광객의 철학» 2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5장 <가족>

1부에서 관광객의 철학의 윤곽을 제시한 지은이는 2부에서 새로운 주체에게 필요한 ‘정체성’의 문제를 다룹니다. 글로벌리즘에는 개인이라는 정체성이, 내셔널리즘에는 국가(공동체)라는 정체성이 있습니다. 과거 공산주의는 개인도 국가도 아닌 제3의 정체성으로 계급을 제시한 바 있고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연대란 동원에는 유용할지 몰라도 “취미 동아리”처럼 해산하기도 쉬워 정치의 토대가 될 수 없다고 지은이는 말합니다. 말하자면 네그리와 하트의 다중론 등은 이렇다 할 정체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약점이라는 관점입니다.

설혹 미완성이더라도 이 책에 관광객의 철학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체성에 관한 논의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관광객의 철학은 다중이라는 기묘한 개념에 ‘우편적’ 같은 말을 덧붙였을 뿐인 말장난으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1쪽

지은이는 “개인도 국가도 아니면서 자유 의지로 변경할 수 없고 정치적 연대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춘 개념”으로 뜻밖에도 ‘가족’을 말합니다. 개인과 국가에 각각 뿌리를 둔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을 동시에 비판하기 위한 발판으로 가족을 재발견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그가 가부장제나 혈연주의와 결부되는 전통적 가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을 재구축 혹은 탈구축해 보수 이데올로기로부터 개념을 되찾아 올(중립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관광객의 철학» 2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관광객의 철학» 1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관광객의 철학»은 ‘관광객의 철학'(1~4장)과 ‘가족의 철학'(5~7장)이라는 2부 구성을 가진 책입니다.

이 글에서는 1부의 내용을 각 장 순서에 따라 간단히 소개하며, 또 아즈마 히로키라는 매력적인 사상가의 진지하고도 경쾌한 철학 스타일을 소개하고자 중간중간 본문 인용을 곁들였습니다.

1장 <관광>

“20세기가 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관광의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관광객의 철학» 일본어판이 출판된 2017년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수긍할 수 있었을 이 명제는, 올해 전 세계적인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과 함께 복잡미묘한 뉘앙스를 띄게 되었습니다.

«관광객의 철학»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주의의 확산과 그것이 불러올 내셔널리즘의 반동, 그리고 점점 더 심화될 세계의 단절을 전망했다는 점에서 전염병의 유행은 이 책의 전망을 뒤집기보다는 오히려 가속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광객의 철학» 1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관광객의 철학» 배경 소개

이 글에서는 «관광객의 철학» 일본어판이 출간되었을 때(2017년) 아즈마가 다른 지면에 발표한 두 편의 글(2019년 단행본 «테마파크화하는 지구»에 재수록)로부터 ‘후기’ 성격을 가진 내용을 추려 정리해 보려 합니다. 배경 설명으로서 읽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관광객의 철학» 일본어판은 «겐론0: 관광객의 철학»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문예지 «군조»群像에 발표한 <비평가가 쓰는 철학서>는 «관광객의 철학»에 대한 직접적인 후기 성격의 글입니다(«관광객의 철학» 책에는 따로 후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오로지 단행본을 위해 처음부터 써 내려간 첫 책”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피력하는 동시에, 한동안 책을 쓰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솔직히 토로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의 철학» 배경 소개

영혼과 비평

아즈마 히로키가 2015년 잡지 «겐론» 창간을 앞두고 발표했던 에세이를 번역해 올립니다. «관광객의 철학»은 이 잡지의 창간 준비호(0호) 기획에서 출발한 책이기도 하므로, «겐론» 창간의 포부를 밝히는 이 글이 «관광객의 철학»으로 이어지는 문제 의식의 추이를 보다 선명히 드러내 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1990년대 가라타니 고진 등이 책임 편집을 맡았고 아즈마 히로키 자신의 등단 무대가 되기도 했던 잡지 «비평 공간»과 비교해 «겐론»이 나아가려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사용권은 코믹팝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작권자와 계약한 리시올에 있습니다.*

영혼과 비평

«관광객의 철학» 들어가며, 옮긴이 후기

들어가며

이 책은 철학서다. 나는 비평가지만 철학을 한다. 1993년 출간된 내 첫 글은 소련의 반체제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을 다룬 평론이었다. 그 이래 사반세기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사고했다. 특히 인터넷, 테러 그리고 증오로 뒤덮인 21세기 세계에 진정 필요한 철학은 어떤 것일지 생각해 왔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 내가 내린 결론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사반세기 동안의 내 작업은 철학 및 사회 분석부터 서브컬처 평론 및 소설 집필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러다 보니 수용되는 방식도 다양했고, 무의미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것도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 작업을 연결시키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을 «존재론적, 우편적»의 속편으로도,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의 속편으로도, «일반 의지 2.0»의 속편으로도, 그리고 «약한 연결»의 속편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퀀텀 패밀리즈»의 속편으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 ‘비평’ 스타일을 아무런 거북함 없이 순수하게 긍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비평가라는 사실에 부채감을 안고 있었다. 비평 따위를 써 봤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누구도 기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망설임이 사라졌다. 이 책의 집필을 마친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글쓰기의 자유를 실감하고 있다.

«관광객의 철학» 들어가며, 옮긴이 후기

«관광객의 철학»

«관광객의 철학»
아즈마 히로키 지음 | 안천 옮김 | 336쪽 | 18,000원

근대의 태동과 함께 출현한 세계 시민의 이상이 21세기 들어 흔들리고 있다. 배외주의적 정치 세력의 득세,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 세계 각지에서 끊이지 않는 테러리즘. 세계는 새로운 내셔널리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미 이루어진 지구화를 되돌리는 데는 많은 대가가 따른다. 무엇보다 우리 대부분은 그것을 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과 세계 시민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다. «관광객의 철학»은 이 분열을 넘어서는 정치철학을 모색한다. 이때 관광객은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 사이에서 분열된 현대 세계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의 상징이다.

«관광객의 철학»은 2000년대 정보 사회에 관한 독창적인 논점을 제기하며 일약 일본 비평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던 아즈마 히로키가 지난 20여 년의 활동을 결산해 “지금 시점에서 내린 결론”을 담은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칸트와 헤겔, 슈미트와 코제브 그리고 아렌트, 노직과 로티, 네그리와 하트 등 기존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이론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또 비판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다듬어진 ‘관광객의 철학’에 도스토옙스키부터 현대 SF에 이르는 문학이 보여 준 전망을 접목시킨다.

이 책은 흔하고 가까운 관광이라는 현상을 오늘날 우리가 처한 철학적 위기를 돌파할 실마리로 삼음으로써 진지함과 경박함, 공과 사 등 자유로운 사유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허물어뜨린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철학이 무엇인지에 관한 생각을 솔직히 개진한다. ‘오배’, 즉 배송 사고를 목표로 하지만 누구에게나 ‘전달될 수 있는 언어’를 지향한다. 다방면에 걸쳐 이어져 온 지은이의 작업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집약되는 것을 독자들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객의 철학»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

김공회 선생님이 쓰신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를 공유합니다. 현재 자주 벌어지고 있는 세금 관련 관련 논의와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우리는 세금을 골치 아프거나 귀찮은 일로 맞닥뜨리곤 하는데, 이 후기를 읽다 보면 세금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필요가 있음을, 그런데 사실상 우리는 제대로 된 세금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을 문득 깨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내가 세금을 정말 모르는구나’와 ‘이 책 한번 읽어 봐야겠는데’를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글이라 생각해요. «세금이란 무엇인가» 옮긴이 후기

«세금이란 무엇인가»

«세금이란 무엇인가: 민주 시민이 알아야 할 세금의 기초»
스티븐 스미스 지음 | 김공회 옮김 | 200쪽 | 13,000원

세금은 현대 국가를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다. 공공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고 소득과 부의 재분배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래 복지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조세 수입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 비해 우리가 세금에 관해 알고 있는 바는 매우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세금이란 무엇인가』는 세금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뿐 아니라 시민들이 세금의 작동 및 조세 정책과 결부된 이슈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옥스퍼드대학출판부의 ‘아주 짤막한 소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안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배합하고 있다.

지은이는 조세의 역할 및 다양한 세금의 본질과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면 조세에 대한 공적 결정들도 보다 잘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금이 경제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정 세금을 신설하거나 폐지하고자 할 때 어떤 리스크와 반발이 생길 수 있는지, 세금을 효율적으로 징수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등 민주 시민이라면 알아 두어야 할 세금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해 준다. 일종의 ‘시민 교양서’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려해야 할 세금의 여러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은 공적 결정을 내리는 데도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이란 무엇인가»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를 읽고

독립연구자 김정복 선생님의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서평을 공개합니다.

김정복 선생님은 후쿠시마 료타의 첫 단행본 «신화가 생각한다: 네트워크 사회의 문화론» 한국어판의 옮긴이로, 저희 역시 이 한국어판을 통해 후쿠시마 료타라는 비평가를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이 글이 한층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글은 2000년대 이후 일본 비평계의 전개 속에서 후쿠시마 료타라는 비평가가 차지하는 위상을 압축적으로 해설해 주며, 전작인 «신화가 생각한다»와 «부흥 문화론» 사이에 존재하는 단층(그리고 공유된 문제의식),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 축으로 전개된 일본 문화론의 흐름에 비춘 이 책의 의미를 간명히 짚습니다.

나아가 이 글은 2011년 3·11이라는 대재난 이후 일본 문화계에서 대두된 ‘부흥’의 과제에 이 영민한 비평가가 어떤 의도와 전략으로 개입하고자 했는지를 상상해 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코로나(COVID-19)로 촉발된 전 세계적 규모의 재난 속에서 «부흥 문화론»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이 서평과 함께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를 읽고

«부흥 문화론» 정오 사실을 알립니다

리시올 출판사에서 『부흥 문화론: 일본적 창조의 계보』 정오 사실을 알립니다.
오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94쪽 5행〔플라톤의 『국가』가 전쟁과 계약, ……〕에서 “『국가』”는 “『법률』”의 오기입니다.

2) 더불어 194쪽 하단 21번 각주의 일본어판 『법률』 서지 사항 뒤에 추가된 한국어판 서지 사항〔『국가』, 박종현 옮김, 서광사, 2005, 147쪽〕과 이어지는 『국가』 번역에 대한 옮긴이 첨언〔한국어판은 5,040명을 “그렇다면 ‘최소한도의 나라’는 넷 또는 다섯 사람으로 이루어지겠네”로 번역했는데 이는 오역으로 보인다〕도 잘못된 내용입니다. «부흥 문화론» 정오 사실을 알립니다

무상관을 넘어

«부흥 문화론»의 종장 ‹무상관을 넘어›를 공유합니다. 약 1400년에 이르는 일본 문화사의 흐름 속에서 “징검돌처럼” 모습을 드러냈던 부흥 문화의 계보를 다룬 여섯 장의 본문에 이어, ‘도래해야 할 부흥 문화’에 대한 지은이의 제언을 담은 에필로그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종장에서 지은이는 주류 일본 문화론의 기저에 흐르는 ‘무상관’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하며, 한편으로는 무상관의 관념을 추수하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상관을 반박하는 부흥 문화적 방법론을 보였던 양면성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읽어 내며 오늘날 요구되는 부흥의 상상력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다른 장보다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2011년 3·11 대진재 이후 일본의 전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부흥’의 문제에 대답하고자 한 이 책의 문제 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긴 여정을 함께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미래를 향한 선언이기도 하겠고요.

무상관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