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무 슬픔»

«오늘 너무 슬픔»
멀리사 브로더 지음 | 김지현 옮김 | 232쪽 | 13,000원

불안과 우울에 관한 트위터 퀸으로 등극한 멀리사 브로더의 자전적인 고백.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고통과 성적 판타지, 중독 성향, 연애 관계 등을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익명의 트위터 계정 @sosadtoday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뒤 이 책으로 멀리사 브로더라는 구체적인 여성의 한층 더 내밀한 경험들을 털어놓았다. 한 매체는 이 책을 두고 “우리의 삶을 구해 줄 유일한 트위터 책”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오늘 너무 슬픔»

거울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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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봄, 바를 열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고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작은 상가 건물의 한 층을 임대해 공사를 시작했다. 미용실을 거쳐 소줏집이 들어와 있던 자리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별로 없었기에 최소한의 돈으로 어떻게 잘 꾸며 볼 수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언제나 그렇듯 잘못된 생각이다. 미용실을 인수받아 소줏집을 운영하던 아주머니는 미용실 인테리어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서 장사를 했고, 그렇게 다섯 달 만에 망했다. 매끈하게 빛나는 빨간 벽면에 미용실 거울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 소줏집에서 야채전을 먹는 걸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가게 이름도 제법 별로였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꽤나 별로인 이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틸트’Tilt라는 이름도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니겠지만. 거울 밖으로

부당 방위

들어가며

2017년 5월, 전 세계 23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킨 사상 최악의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울고 싶지?’)가 컴퓨터 사용자들을 가히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영국의 국민건강서비스, 러시아 내무부와 방위부, 페덱스, 독일 철도가 최대 피해 기관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인 사용자의 피해 사례도 속출했다. 한국에서도 CJ를 비롯한 기업들과 인터넷에 연결된 버스 정류장 컴퓨터들의 감염이 신고되었으며, 이에 청와대를 필두로 국정원, 미래창조과학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련 기관이 총동원되어 ‘국가 사이버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대국민 행동 요령을 배포하는 등 국가 재난 수준의 대응이 전개되었다. 부당 방위

쓰레기와 나

유년기의 경우

쓰레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한 번에 여러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대전의 작은 아파트 단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져오라고 했던 재활용품들, 중학교 일 학년 때까지 겨울마다 교실에 놓였던 난로, 타고 남은 재, 쓰레기 컨테이너 바로 옆의 조개탄 창고. 대략 유년기라 명명될 수 있을 시기와 결부된 쓰레기들에는 어딘가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아직 쓰레기의 영향력이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때였다. 내가 살던 저층 아파트 단지에는 정문 하나와 후문 두 개가 있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튄 공을 쫓아 달려가다 보면 세상의 끝으로만 여겨졌던 후문 하나에 도달하고는 했다. 그곳에는 짐작컨대 세제 회사 협찬으로 세워졌을 표지판이 있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 군데군데 녹이 슬고 페인트 조각들이 떨어져 나간 표지판에는 ‘DO NOT WASTE WASTE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쓰레기와 나

호텔 에세이

마이클 커닝햄이 쓰고 정명진이 옮긴 소설 «세월»The Hours에서 한 여성이 호텔을 찾는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주부로서 집에 묶여 보내는 나날, 그 무게에 질식할 것 같은 그는 집 밖에서 찾은 이 임시적인 공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을 읽는다. “호텔로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도망 나온 것 같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데버라 리비의 소설 «핫 밀크»Hot Milk에서는 한 모녀가 모친의 고질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옮겨 간다. 이 고질병은 집안 병이자 모녀 병이기도 하다. 프로이트: 이 여자에게는 질병이 삶에서 스스로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1]
어떤 여자들은 불평하기 위해 호텔에 간다. 어떤 여자들은 치료를 위해 호텔에 간다.
병원으로 갈 것인가 호텔로 갈 것인가. 안을 찾아 밖으로 가야만 하는 이들. 내 방을 찾아 밖으로 가야 하는 이들. 호텔 에세이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1]
─ 브라이언 딜과의 인터뷰

2016년 2월 | 이언 멀리니
번역 플레이타임 편집부

Waste
1. 부주의하게, 사치스럽게, 아무 목적 없이 사용하거나 지출하다
2. 원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사물, 물질, 혹은 부산물
3. 무언가의 점진적인 상실 혹은 감소

브라이언 딜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영문학을 가르친다. 그의 첫 책 «쓰레기»는 우리 세계를 뒤덮고 있는 사물들을, 그리고 우리가 더는 신경 쓰지 않는 이 사물들에 일어나고 있는 일─물리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을 포괄적이면서도 아주 개인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우리 바깥의 쇠락해 가는 세계와 우리가 맺는 관계의 곤혹스러움”을 검토하는 시의적절하면서도 통찰력 가득한 이 책은 버려진 대상들,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생각들, 현대의 삶이 배출하는 일상 속 잔해들을 대면하자고 요청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