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에세이

마이클 커닝햄이 쓰고 정명진이 옮긴 소설 «세월»The Hours에서 한 여성이 호텔을 찾는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주부로서 집에 묶여 보내는 나날, 그 무게에 질식할 것 같은 그는 집 밖에서 찾은 이 임시적인 공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을 읽는다. “호텔로 들어감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도망 나온 것 같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데버라 리비의 소설 «핫 밀크»Hot Milk에서는 한 모녀가 모친의 고질병을 치료해 줄 의사를 찾아 바다 건너 스페인으로 옮겨 간다. 이 고질병은 집안 병이자 모녀 병이기도 하다. 프로이트: 이 여자에게는 질병이 삶에서 스스로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1]
어떤 여자들은 불평하기 위해 호텔에 간다. 어떤 여자들은 치료를 위해 호텔에 간다.
병원으로 갈 것인가 호텔로 갈 것인가. 안을 찾아 밖으로 가야만 하는 이들. 내 방을 찾아 밖으로 가야 하는 이들. 호텔 에세이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1]
─ 브라이언 딜과의 인터뷰

2016년 2월 | 이언 멀리니
번역 플레이타임 편집부

Waste
1. 부주의하게, 사치스럽게, 아무 목적 없이 사용하거나 지출하다
2. 원하지 않거나 사용할 수 없는 사물, 물질, 혹은 부산물
3. 무언가의 점진적인 상실 혹은 감소

브라이언 딜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글을 쓰고 영문학을 가르친다. 그의 첫 책 «쓰레기»는 우리 세계를 뒤덮고 있는 사물들을, 그리고 우리가 더는 신경 쓰지 않는 이 사물들에 일어나고 있는 일─물리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을 포괄적이면서도 아주 개인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우리 바깥의 쇠락해 가는 세계와 우리가 맺는 관계의 곤혹스러움”을 검토하는 시의적절하면서도 통찰력 가득한 이 책은 버려진 대상들,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생각들, 현대의 삶이 배출하는 일상 속 잔해들을 대면하자고 요청한다. 모든 사물은 시간에 의해 결국 쓰레기가 된다

조애나 월시와 섹스 쓰기, 프로이트, 그리고 막스 (브러더스)에 관해 이야기하다

조애나 월시와 섹스 쓰기, 프로이트,
그리고 막스 (브러더스)에 관해 이야기하다 [1]
─ 작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Readwomen 설립자와의 대화

2015년 10월 15일 | 토바이어스 캐럴
번역 이예원

영국 작가 조애나 월시의 글은 독자를 예기치 못한 방향들로 이끈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 덕에 미국 독자도 이제 그의 광범위한 문학 작업을 엿볼 수 있게 됐다. 블룸스버리 출판사의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출간된 «호텔»은 지극히 사적인 글과 추상적이고 지적인 글을 오가며 제목에 제시된 호텔이라는 공간을 살핀다. 작가 본인 삶의 한 시기를 바라보면서 시작하는 글은 범주를 넓혀 가며 문화에 관한 사색으로 옮겨 가고, 그 내내 독자가 작가의 존재를, 글에 언급된 공간을 실제로 차지하고 있는 몸을 지각하도록 만든다 . “[이]러한 예외의 시간 안에서 나는 곧 떠날 결혼 생활의 언저리를 유령처럼 맴돌았다”고 첫 페이지에서 작가는 쓴다.

조애나 월시와 섹스 쓰기, 프로이트, 그리고 막스 (브러더스)에 관해 이야기하다

그랜드호텔‘어느 도시에고 그랜드 호텔은 있기 마련이죠.’ 라이어널 배리모어가 에드먼드 굴딩 감독의 1932년 작에서 이리 말한 바 있는데, 그 말을 뒷받침하듯 이 영화의 제목 또한 <그랜드 호텔>이었다. 굴딩의 영화가 상영되던 시절만 해도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갖고 건립한 호텔을 세련미의 절정으로 여겼고, 새로 지은 건물에는 새로이 고안해 낸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대 세론이기도 했다. 고로 스타우드(1930년 건립), 노보텔(1965년), 아코르(1967년). 근래 들어서는 용도 변경이 이러한 신조어의 발명을 대체했다.

 

Object Lessons 4 _ «유리»

우리 삶에서 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져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마 그 투명함과 비춤의 속성 탓에 유리를 통해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지요. 그러나 반면에 그 속성 덕분에 유리는 아주 독특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대상, 저 너머 가려진 진실, 빛바래지 않은 과거나 간절히 엿보고 싶은 미래, 혹은 지금 이곳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고요. 첨단 기업 마케터에서 르네상스 문학 전문가로 변신한 지은이는 «유리»에서 이런 기대들이 과거에나 현재에나 유리를 매개로 발현되었고 또 유리를 이용해 실현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셰익스피어의 거울에서 최신 웨어러블 디바이스까지.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의 대차대조표를 적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실은 기나긴 ‘유리의 세기’를 살고 있음을 새삼 자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Object Lessons 4 _ «유리»

object Lessons 3 _ «패스워드»

‘패스워드’의 역사란 곧 인간이 비밀을 만들고 타인의 비밀을 알고 싶어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릅니다. 미노타우르스의 미궁, 앨런 튜링의 에니그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홍채 인식, 스마트폰의 ‘잠금 해제’ 매커니즘… 이 책은 이 모든 것이 패스워드에 관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패스워드는 단순히 몇 자리의 문자 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알맞게 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억과 해독, 탈취와 방어. 패스워드는 거의 항상 이런 팽팽한 긴장의 무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더구나 오늘날 프라이버시의 부상은 패스워드의 중요성을 전면화하고 있죠. 지은이는 패스워드의 역사와 의미, 문화적 재현의 변천 양상을 더듬어 가며 이 유서 깊은 암투의 무대 뒤편으로 향합니다. 앗, 빨리 따라오지 않고 뭐하냐고 신호하는 것 안 보이시나요?

object Lessons 3 _ «패스워드»

Object Lessons 2 _ «쓰레기»

“우리는 쓰레기 가득한 세상을 살고 있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라고요? «쓰레기»의 지은이 브라이언 틸은 우리가 정말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은이가 캐낸 사례들에서 쓰레기는 일회용 커피 잔과 컴퓨터 안에서 곤히 잠자고 있는 온갖 파일뿐 아니라 파묻힌 비디오게임, 땅속에서 느릿느릿 유출되고 있는 플루토늄, 나무에 걸린 비닐봉지, 다락방과 헛간과 거실에 쌓인 잡동사니, 우주를 떠다니는 위성의 잔해를 아우르게 됩니다. 지은이는 이 미지의 쓰레기들 사이를 산책자의 시선으로 거닐면서 생각과 문장을 한계까지 밀어붙입니다. 이제 친숙했던(혹은 친숙하다고 상상했던) 오브젝트인 쓰레기는 낯설어지고, 쓰레기가 우리의 욕망,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과 문명, 점점 더 세계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우리 무능의 핵심 요소임이 생생히 드러나게 됩니다.

Object Lessons 2 _ «쓰레기»